한국도로공사에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직접고용 촉구

천주교를 비롯한 3대 종단이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한국도로공사와 정부에 촉구했다.

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은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500명을 집단 해고하면서, 요금수납원 42명이 서울톨게이트 구조물 위에 올라 “한국도로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6월 30일부터 시작된 고공농성은 이날로 10일째다.

이들은 민주노총 일반연맹과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소속이며 그 사이 건강 악화로 1명이 병원에 후송돼 지금 고공 농성자는 41명이다.

지난 6일 서울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이보라 소장 등 의사 4명이 톨게이트 구조물 위에서 노동자 41명(모두 여성)을 긴급 진료했다. 당시 고공농성장 온도는 39-40도. (사진 제공 =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이날 3개 종교는 “서울 톨게이트 요금소 10미터 구조물 위, 평균연령 50대 수납노동자들이 매연과 열기 속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규직화에 맞서 농성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식으로 추진되는 현실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으로는 결코 고용안정을 이룰 수 없고, 노동조건 개선도 없다”며 “도로공사가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이후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고용안정이다.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닌 한국도로공사의 가족으로 존중받고, 안정된 직장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정규직화”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종교계는 허울뿐인 생색내기용 정규직화로 노동자가 거듭 상처받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해고로 경영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도로공사와 정부의 무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에는 “더는 가짜 정규직화로 국민을 속이지 말고, 직접고용으로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빨리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각 종교계와 해고당사자가 연대 발언했다.

먼저 조계종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한국도로공사는 수납노동자가 소중한 구성원임을 잊지 말고 진실한 마음으로 대화하라”며 “이번 사태가 제2의 KTX가 되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은 수납노동자의 직접고용을 하루빨리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개신교, 불교, 천주교 3개 종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

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 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모든 종교는 사회 구성원이 서로 사랑하며, 누구 하나 배제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며 “또한 약한 사람을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로공사가 노동자를 비용의 대상으로만 보고 감시, 통제한 것으로 모자라 수십 년 반복된 부실경영의 문제를 자회사를 통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무책임”이라며 “노사 간 성실히 교섭하고, 동반자와 협력자로서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현 정부 2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죽거나 잘리거나 속는 것으로, 전혀 나아지지 않고 여전히 일터에서의 죽음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이 맡아야 한다. 도로공사가 업무를 지휘 감독하고 있다면 당연히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공부문 정규직화 제대로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구례 화엄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일하다 이번에 해고된 민주노총 소속 류창근 씨는 “정부 방침에 따라 회사는 우리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도 우리 의사를 무시하고 가족을 협박, 회유하면서까지 자회사를 강요했다”며 “직접고용은 수납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6월 30일 새벽 4시 30분 요금수납노동자 42명이 서울톨게이트 구조물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사진 제공 =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한편, 2009년까지 요금수납원은 도로공사 정규직이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으로 용역업체 비정규직이 됐다. 하는 일은 같았지만 처우와 근로조건이 열악해지고, 계약기간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요금수납원들은 이에 맞서 근로자 지위 확인을 법원에 물었고, 1심(2015년)과 2심(2017년)은 현 고용상태는 불법파견이며,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에 상고한 뒤, 7월 1일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만들었다.

노동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자회사를 만들어 노동자를 간접고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 때문에 여러 공공기관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며, 이는 “또 다른 비정규직, 용역업체의 양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톨게이트 고공농성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도 7월 1일부터 노숙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노숙농성은 이날로 9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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