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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아픔은 국가의 책임이다[장영식의 포토에세이]

2014년 6월 11일 새벽. 끔찍했던 행정대집행이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설 때 밀양 할매들은 박수를 치며 들떠 있었다. 문재인정부가 밀양의 아픔을 치유해 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공권력과 한전이 자행했던 폭력에 대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없었다. 765kV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마을을 갈라놓고, 사람들을 갈라놓은 것은 ‘돈’이었다. 한전은 ‘돈’으로 765kV 송전탑 건설 찬성 측과 반대편을 갈라놓았다. 이 불법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없었다.

지난 6월 16일,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입구에서는 행정대집행 4주기를 맞아 산신제가 열렸다. 산신제 동안 평밭마을 한 주민이 칡덩굴 등으로 가려진 '불법 송전탑 철거 계고장'을 찾아 그 모습을 드러냈다.

129번 송전탑 바로 그 밑에 밀양 주민과 연대자들이 세운 계고장이 있었다. 이 계고장에는 핵발전소와 송전탑의 관계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파렴치한 핵 마피아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또한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자연의 파괴와 주민들의 참담한 고통이 담겨 있었다.

2017년 6월에 세워졌던 '불법 송전탑 철거 계고장'에는 765kV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의 한전의 불법과 국가공권력의 폭력 등이 담겨 있었다. ⓒ장영식

‘사람이 먼저’인 문재인정부가 1년이 지났다. ‘나라다운 나라’를 강조했던 문재인정부가 1년이 지났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다운 나라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것을 약속했었다.

밀양행정대집행이 있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함께 밀양 현장을 방문했었고, 대선 기간 765kV 송전탑 건설을 반대했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정부는 밀양의 아픔을 보듬고 가야 한다. 밀양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밀양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최소한 다음의 내용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한전과 경찰의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 둘째, 한전의 불법적인 돈거래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한다. 셋째, 국가 폭력에 대해서 밀양 주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10여 년 동안 고통받고 있는 밀양 주민들을 위해 성실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밀양 행정대집행 4주기를 맞아 열린 산신제에는 윤엽 작가의 '송전탑반대'라는 판화 작품이 걸개 그림으로 걸려 있었다. 아직도 밀양 할매들은 "죽기 전에 철탑을 뽑아 뿔끼다"라고 말씀하신다. 또한 "죽어서라도 철탑이 뽑히는 것을 볼끼다"라고 말씀하신다. 밀양 할매들의 한숨과 눈물이 담긴 소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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