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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길[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공사재개에 대한 공론화위원회 발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경주와 울산 지진 이후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 공사 중단을 원했던 여론은 70퍼센트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공론화위원회 발표 당일 여론조사에서도 공사 반대와 공사 재개는 박빙이었지만, 그럼에도 공사 반대 여론이 약간이나마 우세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공론화위원회 발표 이후 대선의 주요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오로지 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찬사 일변이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3개월의 공론화위원회 기간과 그 기간 동안 단 1번의 종합토론회로 결정난 결과에 대한 숙의 민주주의론은 오히려 중우 민주주의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핵발전소의 안전보다는 경제성 논리로 일관했던 핵산업계와 주요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나는 대통령을 믿고 살지 않았다. 나는 연대자 분들 믿고 살았다."라고 말씀하시는 밀양 어르신들의 삶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가다듬게 만드는 생명의 삶입니다. ⓒ장영식

밀양 부북면 위양 마을 손희경(덕촌 할매, 83세) 주민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동안 나는 대통령을 믿고 살지 않았다. 나는 연대자 분들 믿고 살았다. 그런데, 요번 대통령은 기대를 했다. 그분이 대통령이 돼서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뒤통수를 너무 쳤다. 믿는 내가 바보다. 내가 그분 앞에서 큰절을 했는데, 뒤통수를 맞아서 너무 섭섭하다. 어쨌든 견뎌 나갈 거다. 연대의 힘을 모아서.”

그렇습니다. 공론화위원회의 발표는 탈핵 여정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되, 나만이 아닌 이웃을, 경제의 논리가 아니라 생명의 존엄을 위해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의 인간이라면, 인간들 가운데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인류가 걷는 생명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덕촌 할매의 말씀처럼 연대의 손을 다시 모아 탈핵의 마음을 다시 모아 생명의 길을 걸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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