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대 사건 대응지침 서둘러야

윌리엄 그림 신부 (사진 출처 = UCANEWS)

(윌리엄 그림)

프란치스코 교황은 칠레에서 일어난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은폐와 관련해 칠레 주교 3명의 사임을 수락했다.

한 주교는 특히 칠레 신자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었는데, 사제이던 시절에 자신의 멘토인 다른 사제가 저지른 사건을 은폐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주교로 임명했고, 올해 칠레를 방문하던 중에 항의를 받자 열렬히 그 주교를 옹호했던 것은 그가 교황이 된 이래 최악의 문제였다. (편집자 주- 교황은 그 직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교황특사를 보내 사건을 재조사해 처벌했다.)

사임한 다른 두 주교는 이미 (교회법에 따라 자동으로 사퇴서를 내게 돼 있는) 75살에 이르렀고, 그래서 교황이 이들을 사임시킨 것은 은폐는 몇 안 되는 주교들만 관련된 것을 넘어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비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칠레의 모든 주교들을 로마로 부른 것으로 보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인식이 칠레뿐 아니라 교회 전체에 걸쳐 문제의 뿌리를 뽑는 것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 볼 문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성직자, 그리고 다른 교회일꾼들에 의한 아동과 청소년 성학대 자체가 아니다. (성)학대는 그 범인이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가증스런 것이며, 사회에 의해 총괄해서 다뤄져야만 한다.

교회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는 것은, 가톨릭교회가 그런 잘못된 범인들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전근시키며, 문제에 대처하는 데 시민사회와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나아가 피해자들을 믿기를 거부하거나 그런 피해자들은 돈을 뜯어내려는 교회의 적이라고 중상비방했던 주교들이나 (수도회) 장상들은 물론 그 범인들에게 (그런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키워 줬다는 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 성학대와 관련해) 해야 할 것이 더 많고, 이는 단지 칠레 주교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회의 목자로서 그래야만 한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영어권 나라들에서 처음으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 사건들이 뉴스로 나왔을 때, 당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이던 콜롬비아의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 추기경은 이러한 사건들은 영어권에서만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확실한 것은, 추기경의 빨간 모자를 쓴다고 해서 그 모자 아래에 있는 머리와 가슴에 들어 있는 무지, 편견 그리고 (정확한 단어를 쓰자면) 우둔함이 극복되지는 않는다. 영어권에서 성학대 사건이 드러났던 것은 영어에서 아주 옛날에 (다른 여러 인도유럽어에서와 같은) 문법적 성구분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었고, 영어권 사회들이 감시자 역할을 하는 언론들에 의해 보호 받는 법과 개인 권리에 충실했던 결과로 마침내 그런 추문이 빛 아래 드러나게 됐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카스트리욘 추기경이 속한 남미의 스페인어권 교회는 이 집중조명의 뜨거움을 느끼고 있고, 이 집중조명은 아시아에서도 이제 빛을 비추기 시작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의 사례는 방글라데시다.

아시아는 재난이 일어날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다. 성직주의 문화가 있는데, 원래부터 권위에 복종하는 문화 때문에 더 강화돼 있다. 또 너무나 많은 주교들이 진실 또는 정의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교회(대개는 자기 자신을 교회라고 본다)의 “체면”을 더 걱정하는데, 이는 “교회의 이미지에 해로운” 뉴스를 주교들이 비판하는 데서 잘 드러나고, 특히 그 뉴스가 사실일 때 그러하다.

아시아 지역의 주교회의들은 성직자에 의한 젊은이 학대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지침들을 만들라고 교황청이 이미 여러 해 전에 요구했음에도, 자기 나라에서의 지침을 준비하는 데에는 더뎠다. 오직 교황청만 보여 주고 달래려고 지침을 만들었던 나라들도 몇 있었고, 그들은 그 지침을 공개한 적이 없다.

일본 주교회의가 아마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성학대 상황에 대응하여 자기 나라 상황을 먼저 조사하고 대응 지침을 출판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일 것이다. 일본 주교들은 또한 자기 나라에서도 성학대 사건이 있었음을 더 일찍 알지 못했음을 사과했고, 앞으로는 늘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주교들의 조사는 아동과 청소년 학대만큼 사회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더 많고 피해자에게는 마찬가지로 큰 상처가 되는 또 다른 문제를 들춰냈다. 바로 성직자에 의한 (성인) 여성에 대한 성학대다. 일본 주교회의는 이에 대응하여 주교회의 안에 일본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옹호하는 담당국을 설치했다. 여기에는 성직자에 의한 학대 문제도 포함된다.

일본 주교들이 이런 조치를 취한 지 10년이 더 지났음에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 주교들은 이 모범을 따르지 않았다. 이 문제가 큰 추문이 되기 전에 문제를 처리할 기회의 문이 닫혀 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욕을 퍼부어 마지않는 성직주의 문화가 성직자 안에서나 평신도 안에서나 다 강한 아시아 교회들 –인도, 한국, 그리고 필리핀이 바로 떠오르네- 그리고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약하여 (범인이) 처벌받지 않는 채 침해되는 아시아 교회들은 아마도 곧 터질 추문들에 직면해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추문들은 즉각적이고, 정직하며 효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만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렇게 행동해야 할 이유는 추문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그런 목적으로 그런다면 그것 자체가 추문이 될 것이다. 아시아 교회들의 지도자들은 아주 간단한 이유 때문에 행동해야만 한다. 그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옳고 정의롭기 때문이다.

아시아 주교들이 그렇게 할까? 어쩌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일본 주교들이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이미 보여 줬음에도 말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회 소속으로, <아시아가톨릭뉴스> 발행인이며,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asian-churchs-turn-in-the-abuse-spotlight-is-here/82607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