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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C 양성학교' 첫 졸업생 파견수도자와 평신도 정의평화환경 사도직 위한 첫 시도

성가소비녀회와 예수회가 함께 진행한 ‘JPIC(정의평화창조보전) 양성학교’ 첫 졸업식이 열렸다.

‘JPIC 양성학교’는 2016년 3월 성가소비녀회와 예수회가 함께 시작한 2년 과정 학교로, 남녀 수도자를 비롯한 가톨릭 신앙인들이 정의와 평화, 창조보전의 가치를 위해 세상과 교회에 투신하도록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수도회가 JPIC 사도직을 위해 양성 학교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처음 이 학교는 성가소비녀회 내부 양성 프로그램으로 논의됐지만 예수회가 참여하면서 각 수도회 JPIC 사도직을 위한 양성학교가 됐다.

2016년 3월 문을 열면서 31명이 입학했지만 소임지 변경 등의 이유로 과정을 모두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남은 11명(수도자 8명, 평신도 3명)은 2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12월 2일 졸업과 함께 파견됐다.

12월 2일 성가소비녀회 총원에서 2학기 과제발표와 졸업식이 열렸다. 과제발표 시간, '여성 혐오'를 주제로 역할극을 선보인 학생들. ⓒ정현진 기자

“교회에도 여혐이 존재해요. 왜 교회는 신앙이라는 이유로 질문하지 못하게 하죠?”
일방적 강의가 아닌 질문과 답변, 나눔과 토론이 이어지는 교실

졸업미사 전에는 2기 학생들과 함께 하는 기말과제 발표가 있었다.

이날 1기와 2기 학생 30여 명은 5개 조로 나눠 노동자 인권, 신재생 에너지, 통일과 평화, 학교폭력, 여성혐오 등에 대해 발표했다.

마지막 조가 선택한 주제는 ‘여성 혐오’다. 이들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의 실태를 역할극으로 보여 주고, 조원들이 직접 만든 영상물을 상영했다. 발표 뒤에는 질의응답과 나눔을 통해 보다 깊이 있게 토론했다. 

학생들은 “여성혐오는 이 사회에서 모든 약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 주는 지표”, “왜 여성을 약자의 위치에 놓을 때, 이 사회는 이렇게 불편해 할까?”, “교회에도 여성혐오가 있다. 언어의 힘이 큰데, 교회의 언어는 모두 남성 중심의 언어다”, “교회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신앙이라는 이유로 질문하지 못하게 하는 교회” 등 사회 전반과 교회 내 여성문제에 대해 질문과 의견을 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해결됐다.

‘JPIC 양성학교’는 설립 당시, 수동적 강의 중심의 교육을 지양하고 “연구와 관상, 행동의 통합”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하고 실천한다. 그리고 기도 안에서 성찰하는 통합의 영성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성학교는 4학기 과정을 통해 “예수를 읽는 방법, 사회교리와 복음의 기쁨, 지구의 꿈(생태), 세상을 읽는 방법, 여성이 읽는 JPIC, 인권의 지평, 폭력을 넘어선 평화, 그리고 지구, 공동의 집에서 살아가기” 등 8가지 주제를 다뤘고, 각 주제는 전문가 강의와 개별 연구, 세미나, 성주와 목포신항 등 현장 방문과 연대 활동 등으로 진행됐다.

양성학교 학생들은 “모둠별 연구와 세미나, 나눔을 통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현실적 대안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평신도 강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졸업장 받는 순간. ⓒ정현진 기자

“우리는 교회의 비주류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비주류의 힘으로 바뀌었습니다.”

‘JPIC 양성학교’ 교수로서 졸업미사를 함께 집전한 박상훈 신부(예수회)는 “사회적 약자, 주변으로 밀려나는 이들에 헌신하고 연대하는 이들은 교회 내에서도 비주류”라면서도, “그러나 예수를 비롯한 예언자들도 모두 비주류였다. 교회와 인간의 역사는 그런 비주류의 노력과 싸움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드러나지 않지만 큰 가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싸워 온 삶들은 겨자씨와 같다”며,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힘을 얻었다면 각자 우리가 배운 가치와 소명의 현신이 되고, 사람들에게 퍼트리고 확산시키기를 바란다. 예수의 폭발적 사랑의 힘을 새롭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몸으로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이번 졸업생인 김정자 수녀(성가소비녀회)는 “정의, 평화, 창조보전이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그동안 교회 안에서 개인적 구원교리만 접하고 배워 왔다면, 이 학교에서 배운 영성을 통해 그동안 배운 신학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김유상 씨(요아킴)는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우리의 현실, 나 자신이 삶터에서 행했던 일들에 대한 성찰을 통해, 평화와 생태에 대한 인식, 감수성에 큰 변화가 생겼다”며, “이 과정을 마치면서 특히 남성들, 성직자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학교가 다른 본당에서도 소개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장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졸업생들에게 “서재와 길거리, 기도와 생활, 관상과 사회운동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상은 한 번의 성공적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실패의 과정에서 변화한다. 지금 당장 세상의 변화가 아니라 나를 세상으로부터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며, 함께 연대해 오래, 멀리 가기를 바란다. 예수가 보여 준 사람의 길을 걸어가자”고 격려했다.

‘JPIC 양성학교’ 협조자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는 1기와 2기 학생들은 주로 각 수도회 JPIC 위원들이 많다며, “이 양성 과정을 통해 각 수도회에서도 양성과정을 마련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JPIC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조 수녀는 강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연구하고, 나누고, 실천까지 도모하는 소규모 학교 또는 배움의 기회가 교회 안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2기 입학자 20명(11개 수도회 18명, 평신도 2명)이 앞으로 두 학기를 남겨 두고 있으며, 2018년 1월 중 3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양성학교는 앞으로 1기 졸업생을 위주로 후속 모임도 이어갈 예정이라며, “사회적 실천과 신앙의 헌신을 견고하게 지속하려면 졸업 이후의 후속 심화프로그램이 필요해, JPIC 우선적 과제를 실행하는 모임이나 운동을 개발하고 우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JPIC 양성학교' 1기와 2기 학생들과 학교 협력자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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