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빛 길 열어 주소서 (이미지 출처 = Pixabay)

엇길로 걸어가는 가톨릭

- 닐숨 박춘식


예수님은 문도 벽도 없는 교회를 세웠는데
천 년 넘도록 주교들은 높은 담을 붉게 색칠한다
예수님은 흙냄새 가득한 성당을 원하시는데
사제들은 과시와 화려함을 벽지로 장식한다
예수님은 가난과 순종을 보여 주시는데
수도자들은 보따리부터 후닥닥 챙긴다

봇짐 옷가지 지팡이를 내던지신 예수님은
양 떼에게 달려오는 모래바람을 막는다
언덕을 걷다가 물을 건너신다
끝내 산을 오르시더니 울부짖는다
아버지, 아버지,
빛 칼을 내려치지 마시고
빛 길을 열어 주소서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7월 31일 월요일)

신학대학에서 교회 역사는 제삼자 측면에서 보는 교회 모습을 강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의 교종이나 주교 중심으로 교회 역사를 배우는 사제들의 머리는 편협되고 독선적으로 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는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이후 지상에 올라와 세력이 넓어지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주교들의 업무가 신앙적 범위에서 정치적 범위까지 확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신자들의 발을 닦아 주어야 하는 주교가 신자들의 머리 위에서 오만의 길을 치닫게 됩니다. 마르틴 루터가 로마를 욕한 이유를 주교들은 얼마나 오만한 마음으로 무시하였는지 정확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주교와 사제들이, 베드로의 첫째 서간 5장 3절의,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양들=신자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라는 말씀을 매일 아침 큰 소리로 복창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세상은 하루가 무섭게 변하는데 성직자들은 이천 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고만 있다면 교회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자들은 휴대전화로 편안하게 교류하는데 성직들은 아직도 삐삐를 치고 있다면 즐거운 소통이 될는지 깊이 생각하고 연구 및 실천(겸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사료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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