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나무젓가락

- 닐숨 박춘식

나무젓가락으로
깍두기 보시기를 눌러 가까이 당기니까
- 감히 오짓물도 모르면서 -
그날부터 나는
종지를 옮길 때도 손으로 곱게 잡는다

천심(天心) 안에서
우주 만상이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데
- 컴컴한 내가 감히 시를 짓다니 -
종일 나무젓가락 들고 다니면서 머리를 긁었다
그러다 작고 하얀 돌을 집어보다가 모래 위에
‘하느님의 마음’ 글자를 써 잠잠히 본다

 (사진 출처 = pixabay.com)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5월 29일 월요일)

어쩌다 젓가락을 손에 끼고 있으면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후루 쩝쩝 먹는 사람을 보면 고등학생 때 최익철 지도신부가 생각납니다. 최 신부는 기도, 식사, 인사, 양보, 말씨 등등 모든 행동에 하느님의 사람답게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식사 예법에서도 남의 모범이 되라고 훈시하였습니다. 가끔 어느 어른이 젓가락으로 반찬 그릇을 끌어당기는데, 저도 모르게 한두 번 그렇게 하다가, 아차 이런 모습은 안 좋구나 하며 깊이 성찰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음식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생명을 위한 큰 은총입니다. 식사할 때 굶는 사람을 위하여 간단한 기도를 바치는 것은 권장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 여겨집니다. 가난하여 또 전쟁이나 갖은 고통으로 밥을 못 먹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을 하루에 세 번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마음을 슬프게 해 드리는 행위라고 말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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