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투표. (이미지 출처 = Pixabay)

난생처음

- 닐숨 박춘식


사사오입 개헌을 하였던 1954년 그때
고등학생으로, 대통령을 정치까를 국회의원을
칙칙한 악구(惡狗)로 보았다 그 후
매번 투표용지의 이름 칸칸마다
도장으로 빈대를 짓이겨 뻘겋게 깔아뭉갰다

난생처음, 2017년 5월 4일
마지막이다 하고 눌러 찍었는데, 광화문이 열린다
- 골방에서 아픈 기도를 얼마나 쌓고 쌓았으면
- 하 많은 촛불이 얼마나 하늘을 잡아당겼으면
- 서러움과 통한으로 벽돌 벽을 얼마나 때렸으면
어찌하여 오월인가
어찌하여 하늘 어머니의 달력인가

머지않아 사진기를 메고
평양 성당을 찾아가서 초점을 맞추는
만리장성을 으깼던 고구려 말굽을 찰깍찰깍하는
꿈을 펼치고 그 꿈을 오래도록 껴안고 싶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5월 15일 월요일)

대학에서 강의할 때 우리나라는 후진국 중에 한참 아래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의아하게 여겨 질문하면 또박또박 말해 줍니다. 경제적으로는 후진국이고 정치적으로는 더러운 야만국이다 라고 말합니다. 한 학생이 손을 높이 들고 경제적으로는 중진국이라고 말씀하셔야 합니다,라고 일러 줍니다. 돈을 버는 자세와 방법, 그리고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을 집에 가서 깊이 생각해 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오월에 나타난 새로운 분이 묵은 때를 벗기려고 애를 쓰면, 오로지 자신의 황금과 영달만을 일삼아 온 정치까들의 입들이 언론들과 함께, 얼마나 욕하고 방해하고 헐뜯고 트집 잡고 까탈을 부릴까, 걱정됩니다. 기도로써 새 지도자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깊은 의무감을 느낍니다. 통일되면 국호를 ‘고구려’로 바꾸고 로마자 표기도 ‘COREA’를 우선으로 그리고 ‘KOREA’도 병행하여 쓰도록 함이 어떨는지 많이 생각해 보시기 원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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