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이미지 출처 = Max Pixel)

잠언시 4

- 닐숨 박춘식


국어사전에
‘무신론자’라는 단어가 보이지만
속내까지 무신론자는 이 땅에 없다
저 땅에도 없다, 그들은
자기 수첩 밖으로 신(神)을 내친 다음
나의 말씀은 곧 신(神)의 말씀이니라
나는 무엇이든 내 욕심대로 하리라
하며, 만능을 퍽퍽 씹으면서 무신론을 말한다
엉뚱하게도
비스무리하게도
교회 안에 무신론자들이 더러 보인다
가끔 한 다발로
니나노 감돌아 흐를 때는 벙벙하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5월 8일 월요일)

경제적인 풍요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돈에 집착하고, 돈이 삶의 척도가 되어 갑니다. 심지어 모든 종교지도자도 돈을 섬긴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천주교회 내에서도 바른 소리를 하는 분들은 ‘성직자들이 하느님보다 돈을 더 생각하고 섬기는 듯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신부 주교들이 항상 겸손의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교회를 위하여 겸허히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자꾸 줄어듭니다. 걱정입니다. 알아서 하겠지, 나도 바쁜데 남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 못 본 척 살아야지, 합니다. 유럽의 성당들이 텅텅 비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성직자들의 오만함입니다. 오만한 사람에게는 강아지도 슬슬 비껴갑니다. 하느님보다 돈을 더 믿는 사람을 무신론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가끔 하느님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슬픈 마음이 듭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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