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잎 (이미지 출처 = Pixabay)
오월 첫날

- 닐숨 박춘식


이천 년 전
이미
사람을 위하여 빵이 되겠다는 아들을
잡티 하나 안 보이는 빵으로 곱게 닦고
문지르며 또 닦으시는 나자렛 어머니

오늘도
하늘 높은 집을 마다하며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때 묻은 마음들을 마냥 치대시는
그 어머니에게 큰절 엎디어 올린다
오월 첫날, 허물 많은 허물들이
오월 첫 새벽에
잡티 가득한 죄인들이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5월 1일 월요일)
 

오월의 산천, 그 색깔을 묵상하면 가슴 먹먹합니다. 연두색의 새잎이 더 밝은 생기를 보여 주면서 6월의 무성한 진한 초록 언덕으로 달려가는 과정, 그러니까 가장 아름다운 색상으로 조화를 이룹니다. 나무마다 색깔이 각기 다릅니다. 한 달 지나면 진한 초록으로 비슷비슷한 여름 색깔이 됩니다. 4월에는 새잎들이 눈을 뜨면서 바람을 만나 놀라지만, 5월에는 온몸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한참 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잎들이 10월에 가서는 모두 자기 나름대로 마지막 빛을 쏟아내는 단풍이 됩니다. 나뭇잎들이 어떻게 하여 5월과 10월에 그렇게 아름다운지요? 이유는 성모님에게 있습니다. 5월과 10월은 성모님을 공경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성모님 성월과 로사리오 성월은 교회에서 정했다고 하지만, 시인이 느끼는 정서로 보아 교회의 결정 이전에 하느님께서 정하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이 땅의 오월, 진솔한 기도로 삶을 더더욱 향기롭게 만드시기를 빕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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