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5월 11일 오후 경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도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톨릭 신자들이 공원을 가득 메우고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 군대) 한국본부 총재 이한택 주교가 주례한 미사에 참례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 등 한국 천주교 민족화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신자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김영호 씨(바오로, 서울대교구)는 “나라가 혼란스럽고 남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적 긴장이 있다”면서 “남북 간의 평화통일을 위한 지향”으로 기도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는 자신은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회원은 아니지만,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성모 마리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5월 1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한 데 대해 “우리나라의 입지를 세계 안에서 공고하게 하고, 주도적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 5월 11일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미사가 봉헌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제대 옆에 파티마 성모상이 놓여 있다. ⓒ강한 기자

미사를 마칠 무렵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본부 부본부장 김강정 신부는 본부장 하 안토니오 몬시뇰이 거동이 어려울 만큼 쇠약해진 상태라고 전하며, 하 몬시뇰의 편지를 대신 낭독했다. 하 몬시뇰은 이 편지가 자신의 마지막 부탁일 수도 있다며, “남과 북은 반드시 다시 만나야 한다. 72년 전 모습으로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지에서 하 몬시뇰은 “저를 대신해 임진각에서 큰 소리로 통일의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답하듯 신자들은 ‘우리의 소원’을 큰 소리로 불렀다. 독일 출신인 하 몬시뇰은 현재 95살이다.

파티마 성모 발현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여섯 차례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목동들이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한 사건이다. 이 목동들 가운데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는 유럽 전역에 퍼졌던 독감의 여파로 어린 나이로 숨지고, 이들의 사촌 루치아가 가르멜회 수녀가 된 뒤 파티마를 관할하는 교구장 주교의 지시를 받아 ‘파티마의 비밀’로 불리는 발현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겼다.

루치아 수녀가 기록한 세 가지 비밀 중 첫째와 둘째 비밀은 지옥, 원죄 없으신 성모 성심, 제2차 세계대전, 러시아의 공산화(1917년 혁명과 소련 탄생)의 피해를 언급한다. 흰 옷을 입은 주교가 가파른 산을 오르며 십자가를 향해 가던 중 군인들의 포화를 맞아 쓰러지는 모습의 환시였던 셋째 비밀은 2000년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의 시복식 때 공개됐으며, 주로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피격과 관련해 해석된다.

1940년대 미국에서 언론인 존 해퍼트와 해롤드 콜갠 몬시뇰이 만든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푸른 군대)은 공산주의의 ‘붉은 군대’에 대항한다는 뜻이 강했다.

▲ 5월 11일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숙연한 표정으로 하 안토니오 몬시뇰의 편지 대독을 듣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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