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통일 위해 성모에게 기도하는 집”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이어 남북 화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천주교 성당이 휴전선 근처에 세워졌다.

파티마의 세계사도직(푸른 군대) 한국본부와 본부장 하 안토니오 몬시뇰이 1980년대부터 해 온 노력이 5월 6일 ‘파티마 평화의 성당’ 봉헌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임진각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로 100에 자리 잡은 파티마 평화의 성당 봉헌 미사는 5월 6일 오후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주례로 열렸다. 파티마의 세계사도직 한국본부 회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본부 담당 이한택 주교와 타이, 캄보디아 주재 교황대사 장인남 대주교, 하 안토니오 몬시뇰을 비롯해 사제 20여 명이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 5월 6일 '파티마 평화의 성당' 봉헌 미사가 열렸다.ⓒ강한 기자

이기헌 주교는 강론에서 “이 지역은 우리 민족의 전쟁과 분단이라는 암울한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면서, 남북의 화해와 일치, 통일의 과제와 염원이 담겨 있는 가장 절실한 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가까운 의정부교구에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이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성전이 지어지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이 주교는 올해가 분단 70주년임을 되새기며, “성모님께서 참으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을 지켜보시다가 아직도 우리에게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시기 위해 이곳에 기도의 집을 새로 마련해 주시면서 우리에게 더 많이 기도할 것을 요청하시는가 보다”고 말했다.

하 안토니오 몬시뇰을 중심으로 임진각에 ‘북한의 회개’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성당을 짓자는 논의는 1982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파주, 연천 등에서 성당 건축을 시도했던 곳이 모두 군사지역이어서 성당을 세우는 일이 여러 차례 무산됐고, 결국 5월 6일 성당 봉헌까지 30여 년이 걸렸다.

2012년에 이르러서야 이번에 파티마 평화의 성당이 들어선 파주시 문산읍의 6000여 제곱미터의 땅에 성당을 짓는 데 군이 동의했다. 단 건축면적을 약 200제곱미터 규모로 제한하기로 해, 성당은 250석 규모로 지하 2층에 들어서게 됐다.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있었던 성모 발현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는 성당인 만큼, 지하 성당 벽면에는 죄인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한 성모의 메시지를 새겼다.

한편 봉헌 기념식 중 하 안토니오 몬시뇰은 성당 건축을 위해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하 몬시뇰은 북한의 회개를 위한 기도와 함께 사탄을 물리치기 위해 애쓸 것을 강조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자고 즉흥적으로 권해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독일 출신 부산교구 사제로 올해 만 92살인 하 안토니오 몬시뇰은 인사말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 독서대로 걸어 나오기까지 사제들의 도움을 받는 등 거동이 불편한 모습이었지만, 활기찬 말투와 밝은 웃음을 보이며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 5월 6일 '파티마 평화의 성당' 봉헌 미사를 마치고 하 안토니오 몬시뇰(가운데)이 동료 사제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강한 기자

파티마 평화의 성당은 임진각 근처에 기도의 집을 지어 남북한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겠다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하 안토니오 몬시뇰이 설립한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의 임진각분원도 성당 곁에 자리 잡게 됐다.

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수녀회에 따르면 파티마 평화의 성당은 본당이나 준본당이 되는 것은 아니며, 관리와 운영은 수녀들이 맡지만 신자들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쓰인다. 상주 사제로 춘천교구 원로사목자 오상철 신부가 머물기로 했다.

▲ 5월 6일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와 신자들이 '파티마 평화의 성당' 봉헌 미사를 시작하며 성당으로 걸어가고 있다.ⓒ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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