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요?”

기자로 일하며 천주교가 겪는 ‘갈등’ 문제를 취재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일이 우리 본당이나 교구에 자랑스러운 것도 아닌데, 굳이 알리고 싶지 않다’는 입장. 조직에 속한 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당연한 반응 같아서 인간적으로는 이해된다.

“굳이 알릴 필요가 있을까요?” 이 질문을 받으면, 나 자신에게도 묻게 된다.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기사로 알려지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까?

교회가 겪는 갈등에 대해 말하지 않고, 교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다리고 덮어 주기만 한다면, 기자는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에서 교회가 말해 주는 수준에서만 기사를 써야 한다.

교회 입장에서도 문제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게 함구령을 내리고, 내부적 해결만을 도모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것이다. 그건 군대가 곧잘 택하는 방식인데, 그 결과 군대가 과연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갈등에 대해 묻는다고 화내거나 취재를 거부하기보다는 신자들이 납득할 만한 대답을 충분히 해 주는 교회를 더 자주 만나고 싶다.

▲ 수많은 사람들로 이뤄진 가톨릭교회도 여러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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