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예정에 없던 인터뷰였다.

3.1절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를 취재 중인데, <지금여기> 필자인 박유미 선생님이 맨 앞자리에 앉은 분들이 일본 신자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나중에 짧게 참여 소감을 들어야지 마음먹었다.

미사가 끝나고 30분 뒤, 카페에 구주 노리코 씨, 오쿠미치 나오코 씨와 같이 있게 되었다. 박유미 선생님 덕분이었다. 느닷없이 일본 신자들과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오쿠미치 씨는 인터뷰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오히려 고민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고마웠다.

오쿠미치 씨는 70대, 구주 씨는 60대 후반이다. 그런데도 2시간 동안 지친 기색없이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구주 씨는 배낭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해 모은 자료를 꺼내 보여 줬다. 일본의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다. 또 평화헌법 9조를 홍보하는 볼펜과 플래카드, 탈핵순례 때 찍었던 사진을 건넸다.

이들은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만나 이렇게 관계를 맺는 것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에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함께 있는 우리가 교회다”라는 말에 마음이 물결쳤다. 비가 오고 아직은 겨울 날씨에 미사를 봉헌한 뒤 카페에 들어와 우리가 마셨던 커피 같았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구주 씨는 우산이 없어 천을 머리에 둘렀다. 내 우산을 내밀었다. 미안함에 받지 않으려고 해, 우산은 또 있고, 지하철역에서 집이 가깝다고 둘러댔다.

집 근처에 왔을 때쯤 남편에게 지하철역으로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와 달라고 전화했다. 남편과 걸으며,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줘서, 이제 우산을 새로 사야 하는데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계가 주는 따뜻함은 사람을 저절로 친절하게 만드는 걸까?

▲ 구주 씨가 준 평화헌법 9조를 홍보하는 볼펜, 플래카드 그리고 한일 탈핵순례 때 찍은 사진.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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