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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일하는 이들의 파스카"신앙인으로 새롭게 가다듬는다"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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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4  13: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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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순시기는 특별하다. 신앙인으로서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된다.”

4월 13일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노동자와 함께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했다.

가톨릭노동장년회 총무인 지재구 씨(안드레아)가 이 미사에 함께한 지는 15년 정도 됐다. 사순시기에 그와 아내는 아침식사를 거르고 그 값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쓴다. 그에게 사순시기는 1년간 어떻게 보낼지 신앙인으로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 중요한 때다.

주님만찬 성 목요일의 특별한 점으로 발씻김 예식이 있지만, 이날 미사는 사제뿐 아니라 미사에 함께 한 모든 이가 파스카 예식을 경험했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가 생긴 뒤로 40여 년간 이렇게 노동자들과 함께 주님만찬 미사를 봉헌해 왔다.

제1독서의 화답성가가 끝난 뒤 파스카 예식이 시작한다. “우리에게 이집트로부터 떠나온 해방을 기념하게 하셨으니 찬미 받으소서”를 외치고 각자 자신의 잔에 포도주를 붓고 마신다.

   
▲ 파스카 예식 중 첫 잔에 포도주을 따르는 모습. 예식 중에는 포도주를 잔에 세 번 붓고, 마신다. ⓒ배선영 기자

“당신은 계명으로 우리 삶을 거룩하게 해 주시고 쓴 나물을 먹도록 명하셨나이다.”

소금물에 쓴 나물을 담갔다가 먹는데, 이날 쓴 나물은 도라지였다.

“이것은 이집트 땅에서 우리 조상들이 먹던 고뇌의 빵입니다.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다 와서 먹고 부족한 것이 있는 사람은 모두 다 와서 우리와 함께 이 파스카 식사를 함께 하며 인간을 모든 노예상태에서 구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당신의 계명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고 누룩 안 든 빵을 먹도록 명하셨나이다.”

누룩 없는 빵을 먹는다.

   
▲ 파스카 예식 중 누룩이 없는 빵을 쪼개어 나눠 먹는다. ⓒ배선영 기자

그리고 세 가지 질문 시간이 이어진다.

"왜 오늘밤에는 파스카 예절을 하나? 이집트 땅에서 노예생활을 했던 우리를 하느님이 해방시켜 주신 것을 매년 잊지 않는 것이 의무다.
왜 누룩이 없는 빵을 먹어야 할까? 어떤 세대에나 진리와 정의에 대항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느님은 그들 손에서 우리를 구원하셨고, 우리가 먹는 빵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를 구해 주실 때 누룩을 넣어 반죽할 시간이 부족했다.
왜 쓴 나물을 소금물에 두 번이나 찍어 먹을까? 이집트 사람이 우리 조상의 삶을 아주 쓰게 했기 때문이다. 쓴 나물을 먹는 것은 노예생활을 했을 때의 고통을 기억하는 것이며, 소금물에 담그는 것은 그때 흘린 눈물을 기억하는 것이다."

   
▲ 쓴 나물은 소금물에 찍어 먹는다. 이날 쓴 나물은 도라지였다. ⓒ배선영 기자

그 뒤 두 번 더 술잔을 채우고 비운다. 다시 제2독서로 이어지고, 강론 뒤에 발씻김 예식이 있다. 미사에 참여한 80여 명이 모두 서로의 발을 씻어 주었다. 김윤석 신부는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인 방종운 지회장과 이인근 지회장의 발을 씻었고, 방종운 지회장이 다시 김 신부의 발을 씻어 줬다.

처음 세족례를 해본 이인근 지회장은 김 신부가 자신의 발을 씻어 주는 동안 “신부면 가톨릭에서 높은 분인데 신자도 아닌 저의 발을 씻어 주시는 것을 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 온 예수님이 아니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바깥 생활을 오래해 발을 씻은 지 오래돼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했다”고 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현재 광화문 앞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시국농성장’에서 지낸다. 대선 정국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노동 문제를 어떻게 의제로 만들지 고민 중이다.

   
▲ 김윤석 신부가 이인근 지회장의 발을 씻어 주고 있다. ⓒ배선영 기자

김윤석 신부는 강론에서 “세족례는 지고지순한 하느님의 손길과 비천한 우리 인간의 바닥이 맞닿는 은혜로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수님의 수난은 ‘하느님께 도달하는 길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려 준다고 강조했다. 겸손은 모든 영적생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사 끝에는 10년 넘게 투쟁 중인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의 소식을 들었다. 방종운 지회장은 공장이 있던 부평 천막에 두 번 불이 났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 현재 농성 중인 여의도 천막을 부쉈다고 말했다. 그는 “보금자리인 천막이 수난을 받는 것처럼 마음도 수난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제주도 강정마을과 목포 신항에 임시로 세운 세월호 성당에서도 주님 만찬 미사가 봉헌됐다. 강정에서는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미사를 집전했다.

   
▲ 강정마을에서도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가 강우일 주교의 주례로 봉헌됐다. (사진 제공 = 소희숙 수녀)

   
▲ 목포 신항에 있는 세월호 성당에서 이영선 신부(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가 신자들의 발을 씻어 주고 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정평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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