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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함과 실천 그리고 약속, 세월호의 마지막 여행[특별기고 - 이태윤]

30일 늦은 저녁 팽목항으로 갔습니다. 세월호 마지막 여행에 미수습 가족분들이 외롭지 않은 길이 되길 바라며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이른 새벽, 비가 무척 옵니다. 혹시 이 비로 목포 신항으로 세월호를 옮기는 것이 또 연기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계획대로 31일 오전 7시에 세월호는 마지막 여행을 떠났습니다.

작은 낚싯배에 정의평화위원회 신부님들과 평화방송 기자분들이 함께 몸을 싣고 세월호가 있는 동거차도 앞 맹골수도로 출발했습니다. 비와 바람이 불어 배가 흔들리기는 하였지만 견딜 만한 흔들림이었습니다. 비와 바람을 헤쳐 40여 분 뒤, 세월호 선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다른 방송국 기자들이 탄 배와 해경, 미수습자 가족분들이 탄 해양수산부 배,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탄 배들이 세월호를 싣고 있는 반잠수선 화이트마린 호를 큰 원 형태로 둘러싸고 함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 방송국 기자들이 탄 배, 해경, 미수습자 가족분들이 탄 해양수산부 배,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탄 배들이 세월호를 싣고 있는 반잠수선 화이트마린 호를 둘러싸고 함께 움직였다. ⓒ이태윤

비와 바람은 마치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들렸습니다. 눕혀져 있는 세월호 선체 위에 모두 걸터앉아 울며 웃으며 재잘거리고 있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붉게 녹이 슬어 있는 세월호를 보며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왠지 모를 안도와 감사함이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커다란 배 한 척이 뒤집어져 바다로 잠기는 순간, 설마 괜찮겠지.... 다 구조되었겠지.... 영화에서 봤는데 다 구하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던 내 자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수백 명의 아이들과 승객들이 바다로 잠기는 그 순간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과 그래도 누군가는 우리를 꺼내 줄 것이라는 당연한 희망을 하며 기다렸을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아무런 것도 해 주지 못하고 하늘로 먼저 올려 보내 버린 나를, 우리를 생각합니다.

   
▲ 비와 바람은 마치 세월호 위에 걸터앉아 울고 웃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들렸다. ⓒ이태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 어린 이들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려 하신 것이 무엇이었을까? 왜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깨닫지 못하였을까? 왜 바꾸지 못하였을까? 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십자가에 매달려 마지막 숨을 거두시기 전, 예수님의 마지막 외침은 하느님이 아닌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요, 울부짖음입니다.

우리는 또 일상에 젖어 무감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미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먼저 보낸 것은 우리 미래를 보낸 것입니다. 미래를 구하지 못하고, 미래를 보지 못하고, 미래를 죽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만큼 어리석고 깨어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잊지 않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수장을 내려앉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자주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세 잊고 무감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다시는 우리의 미래를 먼저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은 잊히고, 흐릿한 회상만을 하게 됩니다.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아홉 사람을 먼저 찾아내고, 왜 이 참사가 일어났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도록 만들어야겠습니다.

   
▲ 녹이 슬어 있는 세월호. ⓒ이태윤

우리의 미래가 죽음이 아닌 희망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겠습니다. 기억함은 깨어 있어야 하며, 실천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비가 멈추고 잔잔한 바람만 불고 있습니다. 곧 목포 신항에 세월호가 도착합니다. 많은 방송국 카메라와 기자들이 배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가 접안할 신항에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넓은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이태윤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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