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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천주교인들끼리 쓰는 은어?[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박종인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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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5  10: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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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隱語)는 특수한 집단이나 사회 혹은 계층 안의 사람들끼리만 사용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배타적인 언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비슷한 환경 안에 있는 이들이 살아가다 보면 자연적으로 특수한 낱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은어가 있다면, '안습'(안구에 습기가 들어찰 정도로 눈물 나는 상황), '지못미'(지켜 주지 못해 미안) 등과 같이 인터넷에 익숙한 계층이 어떤 표현을 함축해서 쓰는 말들이 있겠습니다. 폭력조직 안에서 잘 쓰는 '오까네'(돈을 이르는 일본어), '와이루'(뇌물을 뜻하는 일본어) 등도 은어의 대표적 예들입니다. '구름과자' 같은 표현은 요즘 한층 입지가 좁아진 흡연자들이 담배를 뜻하는 시적 표현이자 은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은어와 비슷하게 가톨릭 교회 안에서도 일반인은 물론 평범한 신자마저도 낯설어 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질문으로 들어온 낱말 몇 개를 다뤄 보고자 합니다.

1) 아가페(agape)
질문을 해 주신 분은 단순 주일미사 참석자이지만, 그분은 성당 내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신자들 그룹을 만나게 되어 아가페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 말인데, 부모님이 자녀에게 하듯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그런 사랑을 의미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초대 교회에서 신자들 사이에 깊이 맺어진 사랑의 유대로서,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해 주면서 사랑을 키워나갔던 행위를 가리킵니다.("가톨릭용어사전" 참조) 식사를 하면서 성경과 시편을 읽고 친목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당에서 신자들이 아가페를 나누자, 아가페 시간을 마련하자라고 하면 '파티가 있겠군'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먹고 마시는' 시간이 포함된 모임입니다. 청소년 단체에서는 다과와 음료, 성인단체라면 그 음료가 알콜이 함유된 것까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친목을 위해 마련된 시간이지 먹고 마시기가 주목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초기교회에서도 이런 사랑의 만찬(아가페) 자리에서 자기 배만 채우려는 사람들이 있었나 봅니다.(유다서 1,12 참조)

청소년들과 피정이나 수련회 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저도 아가페 시간을 전체 일정의 마지막 저녁에 배치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참가자들은 다 함께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노래하고 춤추고, 이어서 간식을 나눠 먹습니다. 스카우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캠프파이어를 아가페 시간으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초기 교회의 아가페 시간.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2) 엠마우스
주로 부활 전후로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하나가 엠마우스(엠마오)입니다. 이 말은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던 두 제자(루카 24,13)로부터 옵니다. 그래서 전례가 화려한 성주간과 성대한 부활절 일정을 마치고 본당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봄바람 맞으러 나들이를 나섭니다. 이런 소풍을 일컬어,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이들, 수도자, 성직자들은 엠마우스 떠난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 사순기간 성실히 지내시고 기쁜 부활을 맞이하여 엠마우스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하루 나들이 다녀온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3) 빨랑카(palanca)
빨랑카는 지렛대를 의미하는 스페인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수단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본당 내 단체들의 활동 차원에서는 '영적이고 물적인 다양한 도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됩니다. 스페인어라는 점에서 보면, 꾸르실료와 같이 스페인에서 시작된 신앙운동에서 온 용어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학생들이 어떤 행사를 할 때 사목회장님이 빨랑카로 음료를 제공하신다고 합니다. 혹은 본당신부님이 이임하게 되어 떠날 때 영적 빨랑카를 드린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자는 음료 협찬, 후자는 기도 봉헌을 의미하는 말로서 다양한 사안에 '빨랑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뻬꾸니아(pecunia)
앞서 언급한 빨랑카 중에서 당연히 금전적인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데 금전적 도움을 받아야만 할 때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금전과 관련해서 사족을 달자면, '뻬꾸니아'(pecunia)라는 말도 있습니다. 돈을 뜻하는 라틴어입니다. 아시다시피 천주교 안에서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쩐지 어색합니다. 그러다 보니 뻬꾸니아는 그 어색함을 다른 말로 대치한 인상을 줍니다. 돈 이야기하면서도 의식적으로 감추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투명하지 않게 사용되는 돈을 뻬꾸니아라고 에둘러 말하기도 합니다.

뻬꾸니아는 언제든지 뒷통수를 치는 유혹거리가 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겸손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솜씨 있게 다루지 못한다면 그 관리자를 매우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간단히 살펴본 이 낱말들은 어려운 신학 용어들이 아닙니다. 본당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활동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것들입니다. 아직 단순 주일미사 참석자 수준에 머물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신앙활동용 은어의 뜻을 파악한 것으로 만족하지 마시고, 시간 내서 실제로 활동단체에 가입해 보시라고 조심스럽게 권해 드립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였음에도 부단히 하느님 앞에서 마음을 모으는 공동체(코이노니아 koinonia, 친교를 의미함)를 실현해 보시라는 말씀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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