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노안의 비밀

- 닐숨 박춘식


예고도 없이 잡티처럼 나타난
노안(老眼)이
하느님의 서찰을 가지고 왔다
노안은 영안(靈眼)의 열쇠라는 통지서
성호를 긋고 찬찬히 펴 보았다

- 오늘부터 안 보이는 것을 꿰뚫어 보면서
- 자주 하늘 미소를 지어라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2월 20일 월요일)

늘 보이는 것에만 매달려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황금을 섬기는 사람들과 권력에 몸과 마음을 부착시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눈의 초점이 돈으로 쏠립니다. 이들 중에 심안이나 영안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분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안 보이는 일에 매달리는 종교 지도자들은 더 맑은 눈을 가져야 하고 동물과 식물과 대화를 하는 사람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안 보이는 것을 붙잡고 있다가, 어느 날 보이는 것에 이끌리면 이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이나 술집이나 명품이나 기술 등을 자주 보고 만지다 보면 하느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됩니다. 노안이 오기 전부터 믿는 이들은 모두 영안을 가져야 하고,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손이나 호흡을 보아야 한다고, 수없이 강조하여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력과 시선을 늘 조절하고 반성하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으리라 믿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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