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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없이 치료받는 세상, 당장 가능하다인터뷰 -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

‘아파서 가난한가, 가난해서 아픈가.’

답은 둘 다 맞다. 아픈 사람이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병원비 부담으로 제대로 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진료를 받지 못해 더 아프다.

2월 11일은 세계 병자의 날이다. 교회는 1993년부터 매년 이날을 병자의 날로 정해 병자 그리고 고통받는 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촉구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특히 아픈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돈이 절실하다. 아픈 이들은 돈 걱정 때문에 충분히 돌봄받고 마음 편히 치료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무상의료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도 이런 세상을 꿈꿀 수 있을까. 그러려면 지금보다 건강보험료를 훨씬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어떤 이들은 당장이라도 무상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료 누적 흑자만으로도 어린이와 노인은 지금에라도 돈 걱정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 ⓒ배선영 기자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을 만나 현재 건강보험 정책의 문제와 어떻게 하면 무상의료가 가능한지 들었다.

‘재난적 의료비’라는 용어가 있다. 기준은 다르지만 보통 생활비에서 의료비로 10-40퍼센트를 쓸 경우를 말하는데, 보건복지부는 경상소득 중 의료비가 10퍼센트를 넘으면 재난적 의료비 지출로 본다. ‘가족 중 한 명이 중병에 걸리면 집안 기둥이 뿌리째 뽑힌다’는 말과 통한다. 몸이 좀 불편해도 선뜻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김재헌 사무국장은 건강보험이 흑자인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건강보험은 6년째 흑자를 내고 있으며, 2016년 말 기준 누적 흑자가 20조 656억 원이다.

그는 “건강보험은 국민연금처럼 돈을 모았다 나중에 주는 것이 아니라 한 해 걷어서 그 해에 다 써야 하는 것”이라며 건강보험이 매년 흑자인 것은 경제위기로 소득이 늘지 않고, 중산층이 줄고 있어 병원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부유한 사람들이 병원에 안 갈 리 없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병원을 안 가고, 병을 키우고 있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매달 꼬박 건강보험료를 내는데, 병원 문턱은 왜 높을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외래진료가 62퍼센트, 입원은 55퍼센트(2012년 기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외래는 78퍼센트, 입원은 89퍼센트인 것에 훨씬 못 미친다.

이렇듯 본인 부담이 높다 보니 사람들은 민간의료보험을 찾는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가구의 88.1퍼센트가 민간보험을 들었고, 보험금으로 월평균 30만 8000원을 낸다.

그러나 정말 건강한 사회라면 불안해서 민간보험에 기댈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만으로도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OECD 국가의 건강보험 급여 항목별 보장율.(2012년 기준) (출처 = 건강보험 급여 항목별 보장률 비교, 보험연구원)

김 사무국장은 유럽에서는 세금으로 의료비를 충당하고 거의 무상에 가깝다며, “무상의료가 자본주의 아닌 다른 체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유럽에는 상병수당이 있어 산업재해가 아니어도 입원하면 월급의 70-80퍼센트를 정부가 지원한다. 중병에 걸리면 병원비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다르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도 유럽 수준의 무상의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면 된다. 그러면 건강보험료가 올라 서민에게 부담이 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정부와 기업이 더 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건강보험료 중 국고 지원은 13.7퍼센트 수준이며, 그나마 정부는 12조 3000억 원을 덜 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건강보험 체계를 갖춘 일본과 타이완은 각각 37퍼센트, 26퍼센트가 국고 지원이다. 따라서 그는 국고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직장의료보험은 회사와 노동자가 50대 50으로 부담한다. 김 사무국장은 기업이 기업소득이 늘어난 만큼 건강보험 비용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총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중은 평균 25.19퍼센트로 OECD 회원 나라 중 가장 높다.)

보장률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그는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는 것을 강조했다. 비급여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환자가 전부 비용을 내야 하는 치료비로, 대표적으로 상급병실료, 선택 진료비(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 받는 것), 간병비 등이 해당한다.

김 사무국장은 일본의 예를 들며 급여와 비급여를 섞어서 진료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비급여에 해당하는 것은 할 수 없기에 병원에서도 불필요한 진료는 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MRI, CT, 내시경 등이 워낙 대중화되어 있어 진료에 필수라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 비급여다. 그는 “건강보험에 등록되지 않은 것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비싼 검사를 권하는 것을 통제하고, 선택 진료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정부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간병비도 급여에 포함된다)를 시범으로 하고 있고 만족도가 높다며, 이를 전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무상의료는커녕 의료영리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의료기관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 등 의료영리화를 추진했고, 제주도에는 올해 첫 영리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 2016년 6월 28일 무상의료본부 기자회견 모습. 이들은 건강보험 누적 흑자 20조 원과 정부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미납한 국고지원급 12조 3000억 원을 합해 32조 3000억 원으로 어린이, 노인, 입원비부터 무상의료를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은 지금은 모든 병원이 국민건강보험에 의무 적용되고,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지만, 일부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의료영리화 현실에 가까워지면 건강보험의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연지정제가 없어지면 상위층이 먼저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고, 점점 건강보험은 가난한 사람, 민간보험은 부유한 사람이 드는 보험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그러면 건강보험 재정은 불안해지고 보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건강보험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된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도 정부 정책이 건강보험을 더 안정되고 지속가능하는 방향이기보다는 오히려 민간보험을 육성하는 쪽에 가깝다고 했다. 보험료를 많이 내는데, 여전히 치료비 부담이 크니까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국민건강보험은 흑자인데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보험료를 올렸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 따르면 2013년 1.6퍼센트, 2014년 1.7퍼센트, 2015년 1.35퍼센트, 2016년 0.9퍼센트 올랐다. 그는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민간보험에 기대도록 하는 것이 민간보험회사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의료는 현실과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것으로 당장 가능하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특히 노동시간이 길어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고, 스트레스가 많아 병이 생길 가능성도 높으니 사회가 더욱더 치료에 대해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년간 빈민사목을 해 온 안광훈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도 교육을 포함해 의료와 노후 대책은 기본 권리고 모든 사람은 예외없이 이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했다. 아파서 가난해지는 사람도, 가난해서 더 아파야 하는 사람도 없어야 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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