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 정형준 정책국장

정부가 2013년 12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 한 후, 의료민영화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핵심은 ‘의료기관의 부대사업목적 자법인 설립 허용’이다. 의료기관의 부대 사업를 확장하고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하루동안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에 67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국민들의 저항이 거센 가운데서도 정부는 지난 6월 10일과 8월 12일 5차와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오히려 부대사업 영역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또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장은 곧 의료 민영화라며 의료비 폭등과 의료 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정부는 “전혀 근거 없다”고 일축하는 상황이다.

의료 영리화 또는 민영화라는 주장이 정부 말대로 과연 국민들의 오해일까.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명확한 의료 민영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회사 설립은 대기업의 투자처를 찾아주기 위한 방편이며, 부대사업을 확대하면 필연적으로 의료비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모든 것은 “의료를 공공재가 아닌 산업,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의 병원은 이미 ‘영리화’됐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민영화’”라고 지적했다.

▲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그는 "의료를 사업,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료는 사회복지고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와 자회사 설립은 어떻게 민영화로 이어지는가.

우선 현재 의료 기관이 운영할 수 있는 부대사업은 음식점, 제과점, 위탁급식, 편의점, 슈퍼마켓, 의료기기 판매, 숙박업, 서점, 은행 등이다. 그리고 정부는 5월 31일 보건복지부 입법예고안에서 이 외에도 네거티브 방식의 건물임대업, 목욕장법, 수영장업, 종합체육시설, 장애인보장구 등의 맞춤, 제조, 수리업 등 의료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대부분의 사업 영역을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8월 12일 발표된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는 그나마 제외됐던 건강기능식품 판매, 연구와 개발까지 포함시켰다.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르면, 병원은 장례식장이나 식당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이때 외부 투자가 이뤄지면, 투자자에 대한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은 높아진다. 자회사에서 개발한 의료 기기가 있다면, 병원은 자신의 투자 지분 때문에 훨씬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의료비도 상승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형준 국장은 병원이 치료와 관련된 상품이나 프로그램, 심지어 건강식품까지 부대사업으로 운영한다면, 의사는 환자에게 (자기 병원 것을) 구매를 권하게 되고 치료 과정에서 끼워팔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 “환자는 지식적으로 의사에게 저항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의료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 수가를 올리기 위한 대형 병원의 목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민영화의 시작은 '의료 공공성' 개념의 붕괴
한국 병원의 90% 이상 민간이 운영, 비영리재단 조차 사유화

“국민들이 모두 의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도 의사도 모두 자본을 추구합니다.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의료 수가가 낮기 때문에 비보험도 늘리고 영리화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요. 수가가 낮으면 어떻게 저 많은 병원들, 심지어 무료 병원도 유지가 될까요?”

무엇보다 정형준 국장이 지적하는 것은 한국의 ‘의료 공공성’ 개념이다. 의료가 ‘치료’를 위한 공공재임에도 ‘산업’, 이나 ‘경제 활성화’ 도구,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병원이 비영리재단임에도 실질적으로는 이사장 개인 재산시 되는 현실도 꼬집었다. 한 마디로 의료 민영화가 시도될 수 있는 것은 한국 의료 체계가 모두 깨져 있고, 자본화 경쟁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의료 민영화를 선두에서 추동하는 세력이 소위 빅5라는 삼성병원, 현대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연세 세브란스라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병원은 의료 수가를 높여 돈을 벌고 싶고,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원한다는 두 목적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 정형준 국장은 의료 영리화, 민영화를 추동하는 힘은 거대 병원 자본에 있으며, 5대 대형병원 중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정 국장은 “의료 관광, 원격 의료 등에 숨은 진짜 의제는 의료가 ‘산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산업화가 곧 민영화다. 하지만 (아직 우리 한국은) 의료가 부의 창출 수단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의료 기관을 법률상 비영리법인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병원 자본 통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국민건강보험이 나서야
민영화 반대를 위한 기본적인 대안 논의 시작해야 한다


“의료 자본은 제약, 의료 산업, 병원, 보험 등으로 나뉩니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묶어서 키우고 싶어합니다. 이 가운데서 현재 가장 큰 것은 병원 자본이에요. 현재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약 50조, 제약 자본은 약 20조, 병원 자본 70조 이상, 민간보험 50조 정도입니다.”

정 국장은 민영화를 막으려면, 기본적으로 병원 자본을 제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병원 공공화와 국민건강보험 권한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특성상 병원의 90%가 민간병원인 현실에서 영리병원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의료 영리화는 현실이라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공병원을 늘리고, 국민건강보험이 병원을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을 늘리고 인력 양성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므로, 당장은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민간 병원이 70%인데도 민영화 논의가 나오지 않는 것은 개호보험(공보험)이 병원을 완전히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개호보험의 파워가 절대적이어서 지정된 진료 외의 진료를 하면 그 병원은 퇴출이에요. 병원이 비보험 진료를 절대 함부로 할 수 없죠. 병원에 자본이 집중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보험이 막은 거에요. 반대로 미국이 저렇게 된 이유는 의사협회가 막강한 힘을 갖고 의료 부분을 흔들기 때문이에요.”

공보험의 붕괴는 의료 민영화 진행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의료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보루막도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다. 하지만 정 국장은 국민건강보험이 병원들의 밑밥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형준 국장은 병원에 자본이 집중되고 팽창하는 이상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시간도 얼마 없다면서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이 병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닥부터 대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더 내서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한다는 것은 어려운 운동일 뿐만 아니라 섣불리 재정만 키우면 병원만 배불리는 꼴”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보험 진료 통제다. 대부분이 민간 병원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한다고 의료 보장을 높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문제가 ‘의료 수가’다. 그는 “비보험 진료를 막기 어려운 이유가 병원의 ‘저수가’ 논리다. 수가가 낮아서 비보험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가장 나쁜 합리화’”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가를 높여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잘못된 것이다. 또 수가가 낮아서 보장성이 낮다고 하는데, 수가와 보장성은 반비례다. 의료비용이 높아지는데 어떻게 보장성이 높아질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준 국장은 전면 포괄수가나 전면 총액예산제 등은 엄청난 저항을 불러오겠지만 최소한 국민건강보험이 필수진료 구분을 명확히 해서 비보험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문제는 방법이 있는데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그나마 국민건강보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간도 5년 여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의료비의 90%를 쓰는 만 65세 인구가 약 15% 이상을 차지하면, 건강보험재정 확보도 한계에 부딪치고 저항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민간 보험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때는 끝”이라고 크게 걱정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부터 기본적인 대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의료 민영화 문제는 기득권과 싸워서 지켜야 할 문제지 합의하고 설득할 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측, 의료계가 같은 목소리를 낼 때 조차 입장이 모두 다르다”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여론을 이끌어내고 자체적으로 병원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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