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성염 교수 강연 열어

새해 들어 사회교리를 주제로 열린 한 강연에서 교회의 길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임을 다시 확인하고, 이런 교회의 길 즉 약자에 대한 사랑을 사회에서 그리고 정치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2017년 매달 ‘교회와 세상’에 대한 강연을 시작하면서 1월 25일 첫 번째로 성염 전 교황청대사가 ‘2017년 한국사회와 사회교리’를 주제로 강의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본당에서 초라한 행색에 냄새나는 이를 본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이혼하고, 재혼해 아이 낳고 사는 한 여인이 성체를 모시는 걸 보면서 수군거리는 신자들. 미사가 끝나고 몇몇이 사제에게 달려가 저 여자가 누군지 아냐며 열을 낸다.

성염 전 대사는 가난한 사람이 막상 곁에 있으면 거북해하고, 사실상 가난한 이를 ‘우리 신앙의 장애물’로 여기는 모습이 우리 안에 있음을 지적했다.

▲ 성염 교수 ⓒ배선영 기자

“교회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직책도 많은 이에게 하느님은 ‘너의 신앙은 진짜인가?’라고 묻는다. 하느님은 많이 배우고, 돈 있고, 잘생긴 이들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 안에 숨어 있어서 바로 그 가난한 이들 앞에서 신앙의 민낯이 드러난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 병자들, 소외된 사람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살”이라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가난한 사람들 뒤로 숨으신 하느님을 알아보는 눈이 그리스도의 지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아우구스티노를 인용하며 사회적 사랑은 팔을 안이 아닌 밖으로 뻗는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이런 사회적 사랑이 구체적으로 발휘될 곳이 정치라고 설명했다.

성염 전 대사는 사회적 사랑 즉 정치에서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뜻을 실현할 기회는 투표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하면서 신앙인이 살펴볼 유일한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혜택이 가는 정치'와 '있는 놈들도 삽시다'라는 정치는 다르다”며 “우리의 한 표가 후보의 당락이 아니라 신앙인의 운명, 나의 영원한 구원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 1월 25일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주최로 성염 전 교황청대사의 강연이 열렸다. ⓒ배선영 기자

지금 한국 사회에 대해 성염 전 대사는 “야금야금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했소!”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단절된 남북대화, 트럼프 당선 등으로 한반도와 국제 정의의 위태로움을 지적했다. 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부의 독점, 불평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걱정하며 더욱 선거에서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월 씨(루시아, 광명시 강북 성당)는 “(강연을 듣고) 사회 전반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시국이 혼란한데 성경 말씀처럼 깨어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은경 씨(가브리엘라, 명동 성당)는 “알고 있지만 잊고 사는 부분을 되새겼다”고 했다.

한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주최하는 ‘교회와 세상’ 강연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열린다. 다음은 2월 22일 수요일 저녁에 김선실 씨(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가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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