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우리신학연구소, ‘평신도 신학자 학회’도 추진

우리신학연구소 20주년 심포지엄에서 연구소 전, 현직 이사장은 평신도 신학이 집중해야 할 분야로 ‘사회복음화’와 함께, 사회와 교회 현실을 성찰할 이론 정립을 강조했다.

11월 15일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성염 연구소 초대 이사장은 “‘평신도’는 교회 내에서 성직자, 수도자와 구분하는 위계적 용어”라며 대신 “신도”라는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성 전 이사장은 “신도신학의 진로는 사회복음화”라며 “교회 내 평신도의 위상 제고보다는, 사회생활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정화하는 사명이 훨씬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 11월 15일, 우리신학연구소가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강한 기자

그는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를 ‘평신도성(省)’으로 승격시키고, 교황청 차원에서 ‘사회복음의 달’을 설정해 가톨릭교회 전체가 사회교리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각국 주교회의와 전국 평협과 각 본당 평협에는 ‘사회복음화위원회’가 설치되어 대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의 발언과 진보적 신도들의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항섭 교수(한신대 종교문화학과)는 여전히 한국에서 ‘서구중심주의’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탈식민 담론’이 우리 사회와 교회 현실을 성찰하는 도구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탈식민 담론을 “세계사적 차원에서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서 발생한 제반 문제와 그에 대한 저항적 실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비판 이론”이라고 소개하며, 식민적 지배와 저항적 실천은 오늘날에도 형태를 달리해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한편, 김 교수는 그리스도교 신학계에서 탈식민적 논의가 2000년대에 16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다소 활성화되는 듯했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2편 정도로 주춤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 교수에 따르면 그나마 이 18편 논문은 모두 개신교 신학 논문이고 가톨릭 신학은 없다.

김 교수는 우리신학연구소가 지향하는 평신도성이나 공동체성, 실천성을 이야기하려면 “사회나 교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이고 이론적인 성찰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러한 성찰을 위해 탈식민 담론이 일정 정도 적합성과 유용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발표자로 나선 연구소 성염 전 이사장과 김항섭 현 이사장 ⓒ강한 기자

이날 심포지엄과 20주년 기념식에는 5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평화연대센터의 황경훈 센터장이 ‘평신도 운동의 전망 : 영성을 중심으로’를, 박현준 연구이사가 ‘공동체 신학 구성을 위한 방법론적 시론’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 갔으며,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남희 가톨릭대 ELP학부 교수, 조세종 민들레의료생협 이사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경동현 연구소장은 ‘우리신학연구소가 용케 버텼다’는 이야기가 10주년, 15주년 행사 때도 나왔던 이야기라며, “버티는 것을 넘어서 20주년을 맞아 연구소가 정말 해야 할 이야기를 본격화하는 시점으로 삼자는 의미에서 심포지엄 형식으로 기념 행사를 준비했다”고 11월 1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한 경 소장은 20주년을 맞아 연구소 발간 월간지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의 변화와 함께, 평신도 신학자 학회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신학연구소는 1994년 젊은 평신도 신학연구자들이 모여 설립했으며, ‘평신도 연구소’를 자임하며 평신도 양성 프로그램과 신자 의식조사,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과 학술지 ‘우리신학’을 발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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