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교황청의 조사는 합법적" 반박

몰타기사회가 교황청 조사에 협력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분쟁이 더 거세지고 있다.

몰타기사회의 수장인 매슈 페스팅 대수장은 지난해 12월 초, 3인자인 알브레흐트 폰 뵈젤라거 대재상이 대외 원조 사업에서 콘돔을 나눠 준 책임을 물어 전격 해임했다. 이로부터 안팎에서 파문이 일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22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몰타기사회는 1월 10일 성명을 내고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조사는 “법적으로 부적절”하고 주권국가로서 몰타기사회의 (국가) 주권을 제약하는 것이라며 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한 내부문서에서 이 특별조사위원회는 “완전히 합법이며 권한이 있다”고 했다. 몰타기사회가 이번 사건은 외부의 종교적 권위가 개입할 이유가 없는 내부 문제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 문서는 이 조사는 “몰타기사회의 주권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건드리지 않으며”, 몰타기사회의 헌법에 “교황에 대한 순명”을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황은 보편교회의 지도자 자격으로 이번 해임 사건에 대한 정황을 물어볼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몰타기사회는 12세기에 십자군 전쟁 때 팔레스타인에서 순례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교황으로부터 “주권”을 인정받은 “영토 없는 국가”다. 현재 106개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16년 9월에 공식으로 지회가 승인되었고 기사 11명이 있다. 1990년대까지는 귀족 출신들만 가입할 수 있었던 서구 가톨릭상류층의 모임으로서, 지금은 대외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폰 뵈젤라거가 해임될 때, 몰타기사회 담당 추기경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당시 페스팅 대수장은 교황의 대리자인 버크 추기경이 그 해임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해임을 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콘돔 원조는 미얀마에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폰 뵈젤라거는 대재상이 되기 전에 대외봉사 활동 총책임자를 맡았었는데, 그는 자신은 콘돔 원조 사실을 알았을 때 곧바로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의 콘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번에 몰타기사회가 교황청 조사를 거부한 일이 매우 심각하다고 주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너무 진보적이라며 그에 반대하는 일부 가톨릭 전통주의자들의 교황에 대한 분노와 불순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증표라는 것이다.

▲ 2005년, 몰타기사회.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기를 쓴 오스틴 아이버리는 “그들이 교황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쓰는 용어가 불경하고 도전적이라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가디언>은 지금 사건이 몰타기사회 담당 추기경인 버크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가 긴장돼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고, 폰 뵈젤라거가 교황이 그의 해임을 원했다고 잘못 전달 받았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출신의 버크 추기경은 지난 2014년과 2015년의 가정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에서 강경보수 입장을 주도한 뒤, 한직으로 여겨지는 몰타기사회 담당으로 좌천되었다. 또한 지난 가을에는 두 시노드 뒤에 후속해서 나온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에 대해 몇몇 추기경과 함께 교황에게 보낸 질의서를 공개함으로써 논란을 낳았다.

로마에서 오랫동안 교황청을 취재해 온 로버트 미켄스는 “버크는 교황 편에서 보면 진짜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나는 그가 이번 일(뵈젤라거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본다. 또 그가 성 도덕 문제에 집착하고, 실상 성경에는 이런 문제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음에도 이것이 (어떤 이의) 가톨릭 정체성과 예수에 대한 충실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이라는 듯 생각하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스틴 아이버리는 이번 분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바티칸과 몰타기사회 간의 깊은 의견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는 가톨릭교회 안의 아주 깊은 문화 충돌이 담겨 있다. 버크와 몰타기사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가 벗어나고자 해 왔던 그 모든 것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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