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장, 총리 전격 해임

상하이 임시정부가 영토가 없었으니 정식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영토가 없는 나라가 있기는 있다. 바로 가톨릭에 속한 몰타기사회다. 그런데 이달 초 이 나라에 “내전”이 일어났다.

12월 6일 몰타기사회의 수장인 프라 매슈 페스팅 대수장은 총리 격인 알브레흐트 폰 뵈젤라거 대재상을 집무실로 소환했다. 그리고 그가 “극히 중대하고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

폰 뵈젤라거가 사임을 거부하자, 페스팅은 “순명의 약속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도리가 없으므로, 사임을 명령한다”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몰타기사회 담당 추기경으로 교황을 대표하는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앞에서였다.

하지만 폰 뵈젤라거는 다시금 사임을 거부했고, 이에 페스팅 대수장은 그러한 거부는 “수치스런” 불순명이라고 판정하고 그의 직무를 박탈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 정당했음을 설명하면서, 뵈젤라거가 몰타기사회의 인도적 지원사업을 책임지던 시절에 “심각한 문제들”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태블릿>에 따르면, 뵈젤라거는 친지들에게 자기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는 혐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기사회 내부의 소식통들은 아프리카에서 콘돔을 나눠준 것이 주로 문제가 됐다고 설명한다.

뵈젤라거는 나치에 저항했던 독일의 유명한 가문 출신이며, 그의 형제가 최근 바티칸은행 이사로 임명될 정도로 교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몰타기사회 안에서 25년간 인도적 지원사업을 맡다가 2014년에 대재상이 되었다.

그래서 대수장이 그를 갑작스레 해임한 것은 회원들에게 충격이었다.

뵈젤라거 등은 그가 해임된 절차가 회헌, 즉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반해 페스팅은 지부장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결정에 계속 반대하는 사람들은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반대를 계속하려면 “언제든 떠나라”고 했다.

▲ 2013년 바티칸에서 몰타기사회는 900주년을 기념했다. (이미지 출처 = THE TABLET)

몰타기사회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귀족 출신들만 가입할 수 있었다.

가톨릭 교계신문들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비롯한 120개 나라에 지회가 있으며 회원 수는 1만 3000여 명인데, 한국에서는 2015년 4월에 설립되었다. 회장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회원 지원자로는 권경수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 이사, 나경원 의원, 배우 안성기 등 14명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9월 2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공식 승인 미사를 봉헌하고, 회원 11명을 기사로 임명했다. 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했으며,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한국지회 담당 변종찬 신부, 서울대교구 사제단 등이 공동 집전했다.

몰타기사회(The Sovereign Military Order of Malta, 주권을 가진 몰타 군사수도회)는 십자군전쟁 때 팔레스티나에서 만들어진 조직으로서 일종의 “군사”를 카리스마로 한 수도회, 또는 승병조직과 비유할 수 있다. 현재는 사회봉사를 주로 하는 상류층의 신심단체처럼 변했으나 여전히 내부 계급조직과 규칙, 활동 등에는 흔적이 남아 있다. 최상층 지도부 기사가 되려면 수도자처럼 정결, 청빈, 순명의 서원을 해야 하며, 하급 회원은 대신에 순명 “약속”을 해야 한다.

만들어질 당시 황제보다 높은 권력을 가졌던 교황에 의해 “국가 주권을 가진” 집단으로 인정받았으며, 그 뒤 지중해의 섬 몰타를 영유했으나 프랑스혁명 때인 1798년에 프랑스에게 쫓겨나 지금은 영토가 없는 국가인 상태다. 몰타 섬 자체는 지금은 공화국이다. 지금도 세계 106개 나라가 몰타기사회를 국가로 인정하여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나 유엔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별도의 여권을 발행하며, 이탈리아 로마와 몰타에 약간의 치외법권지역을 갖고 있다. 한국과는 외교관계가 없다.

기사 원문: http://www.thetablet.co.uk/news/6513/0/open-warfare-for-knights-of-malta-as-grand-master-threatens-disciplinary-action-against-dissenting-vo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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