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천 발기인 "이름 지울 필요 못 느껴 그냥 뒀다"

정종휴 교수(전남대 법학과 명예교수)가 주교황청대사에 임명됐다고 외교부가 11월 18일 발표했다.

▲ 정종휴 주교황청대사 (사진 출처 = 전남대 법과대학 홈페이지)
정종휴 교수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법사학회 회장, 한국민사법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꽃동네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2010년에는 대통령 특사로 교황청에 파견됐다.

교회관계 주요 역서로 베네딕토 16세의 “신앙.진리.관용 : 그리스도교와 세계의 종교들”,  “전례의 정신”, “세상의 빛”, “이 땅의 소금”과 호세 욤파르트의 “가톨릭과 개신교” 등이 있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대수천) 발기인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대수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통화에서 “독일에 있을 당시 존경할 만한 어떤 분이 내 이름을 (발기인에) 넣어 어쩔 수 없었고, 지울 필요를 못 느껴 그냥 뒀고, 그 정도일 뿐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대수천 측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그가 2013년 발기인에는 들어 있지만 그때 이후로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종휴 교수가 주교황청대사로 임명된 것에 대해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김인국 신부는 “박근혜의 얼굴로는 최선이지만 프란치스코 교종의 얼굴로는 최악”이라고 평했다. 김 신부는 "교황님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낸 인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결과지만, 교황님이 이끌려는 가톨릭정신 즉 가톨릭교회가 가려는 방향과 맞지 않은 인물이 임명돼 안타깝다"고 했다.

정 교수는 1998년 <평화신문>에 연재한 글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 네덜란드 교회에서는 쇄신의 이름 아래 교회가 파괴되고 세속화되었다며 오푸스데이적 교회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자신은 오푸스데이 회원이 아니며, 그 모임에 간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바티칸이 “국가”이기는 하지만 종교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주교황청대사에는 전문외교관이 아닌 이가 대사로 임명된 예가 있는데 가톨릭교회와 깊은 협력을 염두에 둔 경우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교황청 살레시오대학 고전문학 박사 출신으로 개혁적 성향이 강했던 성염 전 서강대교수가 임명되었고, 이명박 정부 때에는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과 한국평협 회장을 지낸 보수 성향의 한홍순 전 외대 교수가 임명되어 지난 2013년 11월 퇴임했다.

두 사람은 성향의 차이는 있으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라는 교회의 공식 입장의 큰 틀 안에서 움직여왔다. 반면에 이번에 임명된 정종휴 교수는 지난 2013년 창립된 이래 여러 주교와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사제들을 “용공사제”로 비난하며 심지어 미사 방해까지도 서슴지 않아온 대수천 발기회원이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정종휴 교수의 임명에 대해 의견 낼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교회의 홍보국은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정부가 발령을 내기 때문에 주교회의에서 입장을 낼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종휴 신임 주교황청대사의 임기는 12월 1일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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