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신입생 과목을 담당하다 보니 대부분의 남학생은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종종 군입대를 지원했고 그 일정에 맞춰서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니 결석을 허락해 달라는 전화나 이메일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수업이 중요하지 지원까지 해 가며 군대에 가야 하느냐고 확 따져 묻고 싶다가도 한두 숨 고르고 나서, 왜 그리 열심히 군대에 가려고 하냐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부분 친구들이 안 갈 방법이 없어서 일찌감치 숙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답을 합니다.

요즘은 군입대도 대기자가 많아 입대 신청을 해도 기다려야 하기에, 적잖은 청춘들은 공군, 해군, 해병대, 의경까지 시험을 봐 가며 지원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세월이 이렇게 변한 걸까....? 저도 학기 수 맞춘다고 시험 치고 지원하긴 했으나 시험 준비는 하나도 하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군 지원 시험에도 낙방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분단 상황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기에 한국에서 태어난 사내들은 '신의 아들'이 아닌 바에는 병역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현실은 아시다시피 부모를 잘 만나 해결하는 사례들을 비일비재하게 보여 줍니다. 사회의 유력인사들 중에 제 자식 군에 보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군에서 자살, 사고사, 의료사 등이 어렵지 않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중 원인 규명이 안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어느 부모가 맘 편히 아들을 군에 보낼 수 있을까요? 군대 가면 사람된다는 공식은 사실 허위일 수 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군대가 인권의 사각지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군대처럼 폐쇄된 사회가 아니라 열린 사회의 모델을 통해 인간적인 성숙을 찾고 싶어합니다. 즉, 병역을 대체할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문제제기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병역대체나 혹은 병역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에 대한 정보에는 어두운 편이고 병역제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듯합니다.

▲ 훈련 중인 군인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학생들의 현실을 대면하면서, 저는 속으로 묻곤 합니다. 연간 수십 조에 이르는 방위산업 예산을 쓰면서, 게다가 미군을 주둔시켜 가면서 여전히 징병제를 고집해야만 할까? 최첨단 무기들을 쓰는데 그 많은 병력이 필요한 것인가 매우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모병제를 실시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좀 더 전문적인 군인들을 양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매우 매력적인 제안처럼 들립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우리 학생들이 모두가 꼭 군에 가는 것 대신에 그 시간동안 더 좋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듯합니다. 실제적으로 더 생산적이고 우리 삶에 더 도움이 되는 일 말입니다. 예를 들어 농사를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군대는 아무래도 그 속성상 무기를 사용하며, 상명하복의 폐쇄적인 체제를 이루기에 참된 평화와 인류애와는 배치되는 집단입니다. 무력을 통해 유지되는 평화는 참된 평화가 아니며, 한 쪽은 이기고 다른 쪽은 생명을 잃어야 하는 현실은 부당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생명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하여야 함을 알려 줍니다. 따라서 군 문제는 신앙과 양립하기에 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군인들을 위해 사목을 수행하는 군종 사제들은 군에서 요구하는 특별법에 따라 총기를 지급받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주신 계명이 비폭력, 원수마저도 사랑하라는 것이었음을 기억하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싶습니다. 사제는 사제라서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군인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살면서도 단지 그들이 사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기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차별로 여겨집니다. 즉,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모든 이들은 복음의 정신에 입각하여, (여전히 병역을 꼭 군대에서 이행해야 한다면) 군대에는 있으나 그냥 행정직원이나 기타 작업들을 보조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상상을 해 봅니다. 사실 ‘집총 거부’에 있어서는 여호와의 증인들의 신념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분단 상황이 언제나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기에, 병역과 군대에 관한 논의는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신앙에 기댄 양심은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허락해 줍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런 주제에 관해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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