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어떤 분이 성경에 관한 질문을 하나 보내오셨습니다. 평소엔 별 신경을 안 쓰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냈던 내용이라 막상 질문을 받으니 답이 궁색해졌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한 권 이상으로 구성된 책은 상권, 하권으로 구분하는데, 왜 신약에서는 전서, 후서로 표시하는지 아시나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구분한.... 아니 정확히 말해 번역한 누군가가 있었던 것입니다. 책에 대해서는 “권”, 서간에 대해서는 “서”를 붙이는데 그건 텍스트의 형태에 관련된 것이며 적절한 번역이라 하겠습니다. 영어 성경에도 ~권은 ~book, ~서는 ~letter 라는 단어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말로, 상하권, 전후서, 1서 2서 3서 식의 구분은 그냥 번역을 하면서 다양함을 준 느낌입니다. 따져 보면, 책에 대해서도 전, 후권이라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단지 그렇게 부르면 어색한 게 흠이지요. 우리는 성경이 아닌 책에 대해서도 상권과 하권, 혹은 두 권 이상일 경우에는 제1권, 제2권, 제3권 등으로 구분합니다. 이런 관습적인 구분이 성경의 목차를 번역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편지글 형식인 서간문에는 전, 후서라는 구분이 있습니다. 서간문을 상, 하서로 나누지 말란 법이 없으니 서간문을 상서와 하서로 구분해 불러 보세요. 좀 어색하죠? 그렇게 안 불러왔기에 어색합니다. 아무튼 서간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제1서, 제2서, 제3서 식으로 구분합니다.

▲ 성경에서 한 권 이상으로 된 책을 구약은 상권 하권, 신약은 전서 후서 또는 1, 2, 3서로 구분한다. ⓒ왕기리 기자

사실, 위와 같은 용어상의 구분이 생긴 것은 번역을 할 때 구분을 했을 뿐이지, 앞서 영어를 예로 들었듯이 서구 언어상으로는 첫 번째(first), 두 번째(second)로 구분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말의 언어 습관에 맞춰 놓은 것일 뿐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복음서를 포함하여 성경을 구성하고 있는 책들과 서간은 좀 더 세분하여 장(chapter)과 절(verse)로 나뉩니다. 성경이 처음 활자로 쓰일 때부터 장과 절이 표시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 여러분도 어림하실 것입니다. 어떤 누군가가 혼자 쓴 내용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랜 세월을 통해 기록되어 왔으며, 성경 작법에 대해 누군가가 장과 절을 기록해 가며 글을 쓰라는 가이드라인을 줬던 것도 아닙니다.

구약, 즉 율법과 예언서를 목숨처럼 여겼던 유대인들은 통째로 구약 전체를 암기했다고 합니다. 어린이가 사리판단을 할 나이가 되면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외듯 한 것입니다. 그래서 누가 이런 성경구절을 인용하면 척하고 알아들었습니다. 이와는 달리, 그리스도교인들은 구약과 신약을 통합하여 성경으로 삼고 활용하다 보니 어떤 구절을 다시 찾을 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 구절을 찾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지표를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장과 절입니다.

성경학자들은, 12세기 때 영국의 추기경이자 캔터베리의 대주교였던 랭턴(1150-1228)을 성경의 장과 절을 표시하고자 했던 첫 사람으로 꼽습니다. 그는 라틴어로 번역되어 있던 불가타 성경을 가지고 이런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그런 노력이 훗날 인쇄술의 발달과 더불어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장과 절로 정해졌다고 하겠습니다.

성경은 우리 신앙의 원천입니다. 관심 있게 읽고 그 뜻을 헤아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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