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 "수억 원 들인 노조파괴 행위" 규탄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갑을오토텍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한 4대 종단 인권노동 단체와 갑을오토텍 가족대책위 90여 명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파괴와 공권력투입 시도 중단, 노사 간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이들은 “갑을오토텍 사태는 그동안 무수한 사업장에서 경험한 자본의 무자비한 탐욕의 연장선, 노동기본권을 파괴하고 노동자를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비열하고 끔찍한 만행의 연장선”이라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무리한 물리력을 동원해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자본의 노조파괴 행위를 비판하면서, “수억 원을 들여 시나리오를 만들고, 용역을 고용해 정당한 노동자 권리를 짓밟는 자본의 탐욕을 용인해서는 안 되며, 권리를 위해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을 ‘고임금 귀족 노조’로 몰아세우는 잘못을 범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8월 18일 종교계가 갑을오토텍 공권력투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는 “생명, 산다는 것은 우리 몸의 손, 발, 터럭 하나도 함께 사는 것이며, 무엇도 불편하다고 떼어놓거나 거슬린다고 잘라 놓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노동자와 자본이 살기 위해서는 모두 함께해야 한다. 편의에 따라 떼어 낸다면 그것은 곧 죽음”이라고 말했다.

공권력 투입에 맞서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을 보며, 2009년 평택 쌍용차 공장이 기억난다는 나 신부는, “다시는 그런 사회적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공권력은 어느 한쪽을 죽이고 다른 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것이다. 국가와 공권력은 그 역할을 분명히 알고 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갑을오토텍지회 조균형 노조원은, 노조파괴를 위한 사측의 이른바 ‘Q-P 시나리오’가 얼마나 충격적인가를 검찰, 경찰, 노동부가 알고 있으면서도 숨겨 왔다면서, “최근 입수한 자료를 보면, 대표이사가 용역경비에게 노조원 폭행을 직접 지시한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부 언론에서 노조원들을 “연봉 8500만 원 이상의 귀족노조”로 몰아가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임금인상은 사측에 충분히 교섭 가능하다는 내용을 보냈고, 고연봉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액이 일시적으로 입금된 것으로, 사측이 악의적으로 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자회견에는 갑을오토텍 가족대책위 9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남편들이 "가족과 노조를 지키기 위해 맞으면서 합법적으로 싸우겠다"고 한 말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정현진 기자

갑을오토텍 가족대책위원회 김미순 위원장은 사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 수사를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검찰과 노동부 어디도 그 책임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면서, “약자 편만 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공권력이 정당하게 사용되고 정의를 위해 일하기를 바란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갑을오토텍 아산 공장은 사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24일째 직장폐쇄 중이며, 노조가 사측의 물리력 행사에 맞서 대치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11일 사측은 경비용역을 조건부 철수시켰지만, 12일부터 관리직을 투입해 노조와 대치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사측은 용역을 철수시키면서, 관리직 노동자들이 생산 대체근로를 할 수 있도록 출근저지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는 공권력 투입의 명분 쌓기이며, 진정한 사태해결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라면서, “(법에 따라) 파업 중에는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 관리직 투입은 우리에게 계속 파업을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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