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 현장 수수방관, 국회질의 뒤 급속 타결

“갑을오토텍이 노조파괴 의도로 노조파괴용병을 채용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까?”

정의당 서기호 의원(베네딕도)은 지난 6월 2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교안 총리에게 갑을오토텍 폭력사태에 대해 이렇게 묻고, 경찰과 검찰에 “노조파괴용병 여부는 물론, 물리적 집단폭력 사태 수사를 수수방관하며 수사하지 않고 있다”며 집단 폭력을 저지른 기업노조 측에 신속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했다.

이날 서기호 의원의 대정부질의가 끝난 직후 갑을오토텍 사측과 전국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폭력사태를 야기한 기업노조위원장 퇴사, 채용결격사유가 있다고 제기된 직원에 대한 채용 취소 등을 전격 합의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서기호 의원은 지난 19일, 환노위 소속인 심상정 의원과 함께 갑을오토텍 현장을 찾았다. 금속노조 소속 노조원과 기업노조원 사이에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2명이 중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음에도 경찰 수사와 검찰 수사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노조'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소속이 아닌, 기업별 독립 노조를 말한다.

서기호 의원은 이번 갑을오토텍 현장을 찾고 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됐고, 마침 예정된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슈화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경찰 수사가 미진했기 때문에 안행부 차원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공안검사 출신인 총리의 답변을 직접 듣고자 총리에게 질문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서 의원은 갑을오토텍 같은 신종 노조탄압 사태가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지만, 직면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서기호 의원이 갑을오토텍 현장을 방문했던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충남 아산시 자동차 부품업체인 갑을오토텍 사태는 사내 두 개의 노조간에 벌어진 갈등처럼 보이지만 사측이 기존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직원을 채용해 기업노조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신규 채용된 60여 명 중 31명이 경찰 또는 특전사 출신이며, 이들은 모두 기업노조원이다. 또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갑을오토텍 입사 한 달 전, 모기업인 갑을상사그룹 계열사 동국실업에도 취업했던 적이 있어, ‘노조파괴 전문 용역업체’ 소속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두 번째는 공권력의 불공정성이다. 기업노조 측은 금속노조 소속 노조원들의 쟁의행위를 방해해 왔고, 6월 15일에는 폭력을 행사해 금속노조 노조원 20여 명이 다치고, 8명이 입원했는데, 1명은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며, 다른 1명은 왼쪽 눈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은 현장 출동시 영상 등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전직 경찰 출신이 있기 때문에 봐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검찰 역시 책임있는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

현재 노동부는 갑을오토텍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고 있으며, 폭력사태 또한 충남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25일 국회에서 만난 서기호 의원에게, 이번 갑을오토텍 현장 방문과 타결 과정에 대한 입장 그리고 최저임금과 같은 노동 문제, 노조 탄압 등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물었다.

우선 서 의원은 갑을오토텍 사태에 대해 복수노조제가 허용되자 이를 이용한 전형적 신종 노조 탄압 형태이며, 불공정한 공권력이 합쳐져 발생한 일이라면서, “취업 뒤 제2노조를 구성하는 합법의 틀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경찰이 집단폭행을 자행한 기업노조원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갑을오토텍 노사간 합의서.(사진 제공 =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서 의원은 사실관계를 더 확실히 해야겠지만, 신규 채용 인원 중 반이 경찰, 특전사 출신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81조 해당)이며, 이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상식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서 의원은 노사간 협상은 됐지만, 법적 차원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았고 집단 폭력을 가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행스럽게 협상이 타결됐지만, 그 전의 무수한 사측의 뒤집기를 봐 왔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황 모면용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노동문제와 관련된 판결이 주로 사측에 유리하게 나는 것은 사법부가 권력과 친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로 누구와 만나는가를 보면, 사회적 약자 보다는 권력층이다.”

최근 노동문제가 발생하고 또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 노조나 노동자들은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기호 의원은 “사법기관, 검찰, 경찰이 법집행을 하는 데 있어, 사회 특권층과 권력층의 입장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어쩔 수 없는 법의 속성 탓도 있다면서, “법은 기본적으로 현재 질서를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다. 부당한 일에 대한 시정보다는 기존 질서를 강조하다보니 강자에 유리한 수사 과정 그에 따른 재판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이어 법조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변호사들이 노동 분야를 비롯해 약자들이 있는 구체적인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법조인이 소수의 특권층이라는 틀을 벗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해답은 현장에 있다”

서기호 의원은 갑을오토텍 현장을 방문하면서, 의정활동에 현장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문서만 보는 것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천지 차이라면서, “당사자, 관련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핵심과 접근 방향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법은 법원, 재판장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사회 구조에 기본적인 시스템이 되는 문제라면서, “법, 법조계가 기득권의 상징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들이 정당한 법집행을 통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법부를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멈추게 해야 한다. 공정한 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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