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인공지능 시대의 일반적 소득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에서 “인공지능은 소수의 천재가 아닌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많은 보통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공유 자산이며, 따라서 이로 인한 수입도 N분의 1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전 세계적 주요 의제가 된 ‘기본소득’의 가치를 확인하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가 열렸다. 대회 둘째 날,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대표)가 ‘인공지능과 보편 기본소득의 권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기본소득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가 인공지능으로 인한 수입이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을 공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 8일 서강대에서 열린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에서 강남훈 교수가 인공지능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강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은 1950년대에 개발되었지만, 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공간에 쌓인 막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자동번역은 이전에 누군가 번역한 문장을 활용해 가능해졌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성경같은 책을 입력하니, 자동번역이 된 것이다. 그 이전에 IBM이 슈퍼컴퓨터에 문법과 단어를 알려 주고 자동번역을 하게 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그는 “결국 다른 언어를 번역한 모든 사람에 의해 자동번역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구글이 고양이를 인식하는 것은 천만 장의 이미지를 읽으면서 배웠으며, 페이스북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 것은 400만 장의 얼굴사진을, 알파고는 3000만 개의 바둑 전략으로부터 학습해 16만 가지 수를 수집했다.

▲ 기본소득 행사 모습. 기본소득으로 받은 돈으로 음료 등을 살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됐다.(왼쪽 부스) ⓒ배선영 기자

강 교수는 이처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든 데이터가 인공지능의 발달에 기여한 만큼, 인공지능의 수익을 기업이 독차지하는 것은 부당하며 그 수익은 시민 모두에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이진경 교수도 인공지능 시대에 기본소득이 소득의 일반적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과 기본소득’ 세션에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 “노동없는 생산이 산출하는 거대한 생산물을 대체 누가 살 것인지” 물었다. 그는 흔히 예측하듯 일자리가 반으로 준다고만 가정해도, 생산물을 살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본소득으로 받은 돈으로 음료 등을 살 수 있는 시장 안내판. 아래 티켓은 행사 참여자에게 나눠 준 기본소득. ⓒ배선영 기자ⓒ배선영 기자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자본주의가 존속하려면 노동에서 분리된 대중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는 2년마다 열리며 이번이 16번째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기본소득 운동을 이끌고 있는 90여 명의 각국 전문가, 활동가와 국내 참가자 등 250명이 참여했다.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는 1986년 기본소득 유럽네트워크로 출발해 2004년 전 세계적 네트워크로 확대된 기본소득 연구와 운동을 위한 교류망이다. 현재 23개국과 2개 지역 네트워크가 가입했으며,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는 2010년 17번째로 가입했다.

이번 행사에는 직접 기본소득을 체험할 수 있는 시장도 열렸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은 일정 금액의 기본소득을 받아 행사장에 마련된 곳에서 음료나 칫솔 등을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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