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랑평화의 집과 용산역 텐트촌의 만남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산하 ‘가톨릭 사랑평화의 집’이 용산역 근처 노숙인들을 한 달에 2번 찾아가며 관계를 맺고 있다. 7월 8일 이들에게 김밥과 여름옷을 전하기 위해 사랑평화의 집 실무자와 봉사자들이 용산역에 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동행했다.

‘노숙인’들이 모여 지내는 곳은 용산역 달주차장으로 가는 고가도로 아래에 있다. 사랑평화의 집에 따르면 이곳에 텐트나 박스 등으로 만든 29개 안팎의 집이 있고, 원래는 공원이라고 했다. 용산역 주변에 새로운 면세점이 만들어지면서 이곳에 주차장으로 통하는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용산역으로 떠나기 전 서울 후암로 사랑평화의 집 사무실에서 만난 김남훈 소장은, 용산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그저 ‘노숙인’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 소장은 그들이 “스스로 노숙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자신들을 어느 역에 있는 노숙자들과 똑같이 보면 안 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또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일하러 나간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이들을 “용산역 텐트와 박스 속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역 달주차장으로 가는 고가도로 아래에서 20여 명이 텐트나 상자로 만든 '집'을 짓고 지내고 있다. ⓒ강한 기자

사랑평화의 집 사람들이 고가도로 아래에 도착한 정오 무렵은 점심식사 등 여러 일로 이곳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때였다. 김 소장과 봉사자들은 미리 준비해 온 봉투에 김밥 두 줄과 두유 한 팩, 여름옷 한 벌을 담았다. 김밥은 봉사자 박성도 씨(안셀모)의 부인이 정성껏 만들어 준 것이었다.

돌아온 텐트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음 봉사에 대비해 어느 텐트에 누가 사는지 확인하는 일도 함께 했다. 텐트에 취사도구를 두고 밥을 지어 먹는 사람도 있어서 그들에게는 쌀을 지원한다.

2010년부터 이곳에서 5년 넘게 살고 있다는 남자는 교회와 사회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도움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 27-28명이 살고 있고 “들락날락”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들의 성격이 각각 다르고 고가도로 아래에 텐트를 치고 살게 된 사연도 제각각이어도 술에 취해 싸움이 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재활용품을 모아서 파는 사람도 많은 듯했지만, 공공근로로 돈을 벌고 있거나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 서울 용산역 달주차장으로 가는 고가도로 아래에서 20여 명이 텐트나 상자로 만든 '집'을 짓고 지내고 있다. ⓒ강한 기자

오후 5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러 나간다는 또 다른 남자는 “여기서만 10년”을 지냈다고 표현했다. 한 푼, 두 푼 아끼고 모아서 거리 생활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얻어 먹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강조했다. “얻어 먹으면 다 빚지는 거예요. 그런데 계속 얻어만 먹어서 그 빚을 언제 갚아?”

이야기가 길어지자 김남훈 소장이 함께 김밥을 먹자며 자리를 권했다. 거리의 삶 이야기를 들려 주던 그 남자도 봉사자들과 함께 공원 그늘에 펼쳐 놓은 종이상자 위에 둘러 앉아 김밥을 먹었다. 종교를 배경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였을까. 남자는 매일 일하러 나가면서 누군지 모르는 어떤 존재에게 감사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나태해지지 않고 일 나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일을 나가요. 그 존재가 하느님이 될 수가 있고, 부처님일 수도 있고, 마리아님일 수도 있지만. 제가 확실하게 믿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아울러서 말하는 거예요. 누가 들을지 모르고 듣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 7월 8일 서울 용산역 근처 텐트촌에서 가톨릭 사랑평화의 집 봉사자들이 김밥과 두유, 여름옷을 포장하고 있다. ⓒ강한 기자

누군가 이번 지원 물품에 마실 물이 없다고 아쉬워하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물이에요”라고 말하고 지나간 지 10여 분쯤 지난 때였을까? 한 사람이 얼음물이 든 페트병을 우리 앞에 꺼내 놓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남훈 소장은 나눠 주려고 왔다가 오히려 손님 대접을 받고 간다며 미안해 했다. 봉사자 박성도 씨는 이곳에서 ‘빈손이더라도 관심을 갖고 찾아와 주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으며 ‘신자들이 바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도 예수님이 성체조배를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가톨릭 사랑평화의 집은 2014년 12월 만들어져 서울역 주변 쪽방 주민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으며, 알코올 중독 문제를 가진 노숙자를 위한 치료센터로도 쓰인다. 용산역 ‘텐트촌’과의 만남은 2015년 9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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