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 룩샨 페르난도

▲ 룩샨 페르난도
지학순 정의평화기금(이사장 김병상 신부)은 21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제 12회 ‘지학순 정의평화상’ 시상식을 열어 스리랑카 인권운동가 룩샨 페르난도에게 상을 수여했다. 지학순 정의평화상은 민주화와 평화·인권운동에 헌신한 고 지학순 주교(1921~93)의 뜻을 기려 1997년 제정됐다. 룩샨은 출국 하루 전날인 지난 4월 24일 <지금여기>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룩샨은 내전지역에서 주민들이 10만명 이상 고립되어있는데, 정부군의 포격과 반군의 포위망 때문이라고 했다. 스리랑카 NGO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8년 2년 사이에 2,50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으며,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수개월 사이에 내전이 일어난 북부지역에서만 벌써 4,5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말한다.

스리랑카 가톨릭교회의 주교 3명과 성공회 주교 2명이 정부와 타밀반군에게 일시 전쟁중단과 주민들의 이동허가를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카리타스와 국제적십자사의 구호활동도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정부군은 구호품이 타밀반군들에게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구호품 자체의 유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08년 9월에는 해당 지역에서 NGO 등의 철수를 요구한 바 있다. 

적십자사 등 인도적 단체들은 결국 철수했으며, 카리타스 등 일부 교회단체들이 잔존해 있으나 물류 공급이 차단되어 왕성한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룩샨에 따르면, 며칠 전인 4월 23일에도 카리타스에 속한 담당사제인 자푸나 교구의 바산타시란(Vasanthaseelan) 신부가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톨릭 주교들은 이 문제에 개입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이미 정부의 토벌작전이 감행된 마나와 자푸나 교구 지역은 주민들이 동부로 몰려 공동화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사목활동을 하던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피난민들을 따라서  동부로 함께 이동하였다. 이들은 "우리만 이 지역을 빠져나가지 않겠다"며 고난에 처한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들 피난민들이 주거하고 있는 수용소는 사실상 외부출입이 불가능하고 가족들이 면회도 올 수 없이 "감옥과 다름없다"고 룩샨은 말한다.

이 지역 역시 인도적 지원이 어려운데, 가톨릭 주교라 해도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출입할 수 있으며, 현재 일부 NGO활동가들이 있을 뿐이다.  

▲ 타밀 지역의 정부군 포격을 맞은 성당 내부

현재 스리랑카에는 11개 교구에 13명의 주교가 활동하고 있는데, 주교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타밀지역에 제한된 지역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다른 싱알리족 출신의 주교들은 북부지역의 주교들이 타밀족이며 비교적 타밀반군과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인상 때문에 협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룩샨은 "남부지역의 주교들이 발언해야 국민적 설득력이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안타까와 하면서 지난 성탄절에 남부 콜롬보 교구의 성탄미사에서 주교가 "(정부의) 토벌작전이 성공하도록 기도하자"고 했다고 전했을뿐, 타밀지역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6년부터 공식적으로는 타밀출신의 사제가 2명 죽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교구 안에서 미사뿐 아니라 인권활동을 지원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룩샨은 콜롬보 외곽의 애티디야(attidiya) 출신으로 주류 상알리족이다. 골롬보에서 가톨릭계 학교를 마친 가톨릭 신자로서, 1988년에 YCS(가톨릭학생회) 활동을 시작하였고, 1997년에는 국제가톨릭학생회 아시아 공동책임자로 필리핀에 머물며 3년간 일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룩샨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스리랑카 카리타스인 SEDEC에서 일하고, 2005년부터 2006년까지는 포럼 아시아에서, 2007년부터는 Law&Society Trust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스리랑카 사태와 관련해서 에큐메니컬 단체인 '그리스도교연대운동'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싱알리 사람으로 타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순전히 '가톨릭신앙'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수는 굶주리고 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있다. 복음은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라고 말씀하신다. 그 사람들이 곧 타밀 사람들이다."

그는 "복음 앞에서 싱알리와 타밀의 구분이 없고, 스리랑카와 한국의 구분이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활동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사람으로 현재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이성훈(안셀모)씨나 티사 발라수리야 같은 신학자들을 꼽았다. 발라수리야는 학자이면서 겸손하고, 80세의 고령에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으며, 우리 신앙이 현실(일상)과 접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살해당한 스리랑카의 사제들도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타밀지역에 평화는 어떻게 오는가" 곳곳에 총탄자국이다.

그는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서 "지학순 주교를 비롯해서 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한국의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탄압을 받았다. 비슷한 상황이 스리랑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 스리랑카의 주교들도 탄압받는 타밀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으며, 자신은 "언제 어떻게 죽을 지는 모르지만, 무엇 때문에 죽을 지는 내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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