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은경 로렌시아 이크미카 사무총장

 

사진/ various HR NGOs site

올해 지학순정의평화기금 대상자로 선정된 룩산 페르난도Ruksan Fernando(36, 스리랑카 인권활동가)는 스리랑카 정부에게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현재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지로 피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정부는 타밀타이거해방군(LTTE, 이하 타밀타이거)들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에 나서면서 타밀지역의 무고한 양민과 어린아이까지 무차별 살상하고 있으나,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한 국제여론의 반발과 달리 국제적으로 그다지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정부군의 토벌작전은 민간인 대학살이다 

▲이크미카(ICMICA) 사무총장, 곽은경 로렌시아
최근에 한국에 방문한 이크미카(ICMICA, 국제가톨릭지성인문화운동) 사무총장인 곽은경(로렌시아, 49)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군의 타밀지역 토벌작전은 '대학살'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군은 현재 타밀 지역에서 20-40대 젊은이들은 무차별 연행하고 살해하고 있으며, 토벌과정에서 양민들은 타밀타이거해방군과 정부군 사이에서 방패박이가 되거나 학살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굶주림과 학살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정부군은 타밀지역의 묘지조차도 탱크로 밀어붙임으로써 산자뿐 아니라 죽은 자도 다시 죽이는 비인도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현재 필레이(Pillay) 유엔인권위원장이 제출한 보고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거의 2,800명 이상의 무고한 양민이 살해당했으며, 7,00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러한 학살이 지난 2-3달 사이의 단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국제법상 전쟁시에도 지켜야할 규약마저 어기고 진행되는 학살 앞에서, 이 지역에 갇혀 있는 20-25만명 이상의 양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난민수용소에서도 병원시설이 부족해 길에서 수술하고 있다.
곽은경 사무총장은 "정부군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만, 이들이 타밀지역에서 태어난 것은 이들의 죄가 아니다. 이들은 무죄하고 선택가능성이 없는 운명과 역사의 고리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죽는 것도 억울한데 정부에선 그들을 모두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여버린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더 죽어야 스리랑카에 평화가 오냐?"고 답답한 심경을 표현했다.  

이어 "국제사회과 유엔은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학살과 전쟁범죄를 다루는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조사에 착수하고 진상을 전 세계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와 언론, 스리랑카 문제 관심 없어

이스라엘의 무고한 팔레스타인 가자지역 범죄에 대해 경악했던 국제사회와 언론이 스리랑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데 항의하는 곽 사무총장은 "서구언론과 정부는 유태인 홀로코스트를 둘러싼 관심과 달리 자원으로 보나 국제정치적 전략적 측면에서나 강대국의 큰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스리랑카에 대해서는 무심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국제구호를 위한 유엔식량기구와 적십자를 제외하고는,  정부군의 철수 명령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타밀지역에 남아서 양민들을 돕고 있는 집단은 가톨릭교회와 일부 성공회 성직자들뿐이라고 한다. 본래 타밀지역에서 선교하던 가톨릭교회의 사제, 수도자들은 "안전보장을 안 해줘도 이들과 동고동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25일에는 스리랑카 가톨릭교회의 자프나 교구 토마스 사분드라나야감 주교, 마나 교구 라야뿌 요세프 주교, 아누라다푸라 교구 노베르트 안드라디 주교, 성공회의 쿠루나가라 교구 쿠마라 주교, 콜롬보 교구 두리프 드 치케라 주교 등이 공동성명을 내고, 바니 지역에서 점증하고 있는 인간학살의 참상을 폭로하고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수용소에서 죽어간 이들을 애도하는 양민들

 

 

 

 

 

 

 

가톨릭교회, 타밀지역에 남아서 난민들에게 유일한 의지처 제공

이들 주교들은 총 35개 지역에 피난민수용소에 흩어져 있는데, 이 수용소에는 국제기구나 성직자들조차 출입을 금지당하고 있으며, 난민들은 생필품과 물을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으며, 부상당한 이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수용소 안에서도 젊은이들이 행방불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교들은 흩어진 가족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또한 타밀반군과 정부군 모두 일시 전쟁을 중단하고, 그 사이에  이 지역을 떠나길 원하는 이들에게 인도주의 구역으로 이동할 기회를 주라고 요구했다.   

수용소 근처에도 폭탄이 덜어져 타밀지역 사람들은 늘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 정부에서는 가톨릭교회에 300명의 수녀들을 난민수용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데, 주교들은 시민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응해야 하지만,  수녀들을 수용소에 볼모로 잡아두고 정부가 가톨릭교회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조치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교황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만델라 등은 "인류의 관심과 참여, 연대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스리랑카 안에서도 다른 교구에서는 단순히 마나 교구에 한정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타밀 지역 주교들은 "이는 돈이나 구호품을 거두는 문제가 아니라 복음과 선교사명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천명했다.

곽은경 사무총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군은 타밀인들을 두둔하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통제와 감시에 나서고 있는데, 이미 지난 몇 년 동안에 3명의 사제가 정부군에 암살당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전지역에서 양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성당에서 피신처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자푸나 지역 필립 네리 성당의 티루첼밤 진 브라운 신부(34세)는 2006년에 성당에 피신온 양민들을 피신시킨 혐의로 피살되었다. 2007년에는 불교 승려인 벤 테라가 타밀인들에게 불교를 가르치고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대낮에 피살되었다. 현재 스리랑카에서는 교회 역시 성역이 아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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