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이 사회의식 변화에 기여할 수 있어

지난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정비하던 중 19살 노동자 김 아무개 씨가 지하철에 치여 숨진 사건에 온 사회가 술렁이고 슬퍼하는 분위기다.

이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교회는 무엇을 말하고, 어떤 사목 활동을 펼쳐야 할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인터뷰한 천주교 청년들과 노동사목 담당 사제는 신자들이 비정규직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우리 사회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행동과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교회가 사람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사회와 인식은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가톨릭노동청년회 서울대교구협의회 이정은 회장(안토니오)은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청과 하청업체의 책임 회피 속에서 상처와 고통을 받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신자들이 안타깝다고 느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어떤 일 때문에 일어났는지 본질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이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나 업체의 상황, 어떻게 규정을 어기게 됐는가 하는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편 가르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번 사건을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회원인 민재욱 씨(십자가의 요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교회 안에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씨는 구의역 사고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 사회가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 청년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일어난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찾아온 사람들이 추모의 글을 쓰고 있다. (사진 제공 = 페이스북 페이지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

정수용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는 인건비를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우리 사회에서는 인건비는 줄여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안전 관련 업무도 외주, 용역, 하청으로 넘기다 보니 고용안정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꼭 필요한 서비스를 값싸게만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교우들이 특히 안전 업무에 대해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도록, 인건비는 줄일 게 아니라 정당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먼저 생각한다면, 그런 인식이 사회를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1일부터 종교 단체에서도 구의역 사고를 추모하고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등 4개 개신교 청년 단체는 “기성세대와 책임자들이 할 일은 근본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개혁이 필요하거나 시정이 필요하면 재빨리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고용불안을 ‘개인의 노력’과 ‘신앙’만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면서, “계속 이를 강조하는 것은 더욱 경쟁과 차별을 옹호하고 청년들을 사지로 내모는 격임을 한국 교회는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는 불교, 개신교 단체와 함께 40여 개 단체가 만든 시민대책위원회에 참여했다. 이 시민대책위는 6월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청화, 외주화를 중단해야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구의역 사고의 책임자 처벌, 상시 업무의 정규직화, 121개 역사 하청 실태조사 등을 요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