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 개소식 특강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최근 만든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개소식에 특강 강사로 나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71)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정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가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핵무기의 ‘비확산’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한국의 선택은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런 조건에서 동북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전쟁 공포가 없어지는 적극적 평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전쟁이 당분간 일어나지 않는 불안한 평화가 한국의 평화의 실질적 내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대안으로 남북관계 복원, 미국과 북한의 협상, 관계 개선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6월 1일 오후 열린 개소식에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와 평신도 등 150여 명이 참석해 그의 강연을 듣고, 연구소 설립을 축하했다.
이날 ‘동북아 평화 :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정 전 장관은 “지난 8년 동안 북핵 능력이 월등하게 커진 상황에서 이제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지만, “미국이 아시아에서 헤게모니 유지를 위해 김정은이 공언하는 ‘북핵 비확산’ 선에서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합쳐지는 선에서 북핵 문제와 미북 관계가 봉합되면, 한국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전망”이라면서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도 6.15선언과 10.4선언에 입각한 남북관계 복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말기,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2-2004년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최근 여러 번의 언론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 3월 14일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개막에 앞서 열린 주교 연수에서도 ‘한반도 현안 문제와 이에 대한 남북관계의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