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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천막 치고 구상권 대응 투쟁고권일 부회장, "구상권 청구는 전쟁 선포"

제주 강정마을회가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대한 대응으로 ‘천막 마을회관’을 짓고 구상권 청구 철회 투쟁을 시작했다.

강정마을회는 4월 10일 저녁 긴급마을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결과, 구상권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최대한 힘을 모아 공동대처 해야 한다는 데 결의를 모았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주민은 100여 명으로, 상당히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총회가 끝난 직후인 밤 9시쯤 해군기지 정문 맞은편 충혼비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 설치가 시작된 직후부터 경찰이 투입돼, 주민들과 대치했으며, 항의하는 주민과 경찰이 일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과 주민의 대치 상황은 천막을 도로 밖으로 약 30센티미터 이동함으로써, 자정쯤 중단됐으며,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파견돼 상황을 살폈지만, 천막이 철거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천막을 지키며 밤샘 노숙 투쟁을 하고 있다.

   
▲ 4월 10일 밤 9시쯤 주민들이 천막을 치자, 경찰들이 이를 막아 충돌이 빚어졌다. 자정까지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마을에는 5번의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사진 제공 = 강정마을회)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 "마을 주민 대다수, 찬반 막론 구상권 청구에 격앙"

밤새 천막을 지켰던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천막농성을 하게 된 배경과 구상권 청구에 따른 주민들의 반응을 밝혔다.

그는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대해 주민들은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을 막론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며, 긴급마을총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공동대처할 것을 결의했다면서, “해군이 구상권 철회를 할 의사가 없다면, 또 다시 힘들고 어렵지만 거리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해군기지 준공 이후 마을 주민들의 분위기를 묻자,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도 구상권 청구는 과하다는 입장”이라며, 주민들은 “결국 이 마을에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마을 대대로 살아온 이들로서 차마 눈뜨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해군의 34억 5000만 원 구상권 청구에 대해서 민변 등이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지만, 최종 판결이 될 때까지 해당 주민과 단체는 원금에 대해 연율 15퍼센트 이자를 물어야 한다. 재판을 통해 원금이 줄어든다고 해도, 몇 년간 재판이 진행된다면 원금보다 이자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구상권 청구에 응해도, 법적 대응을 해도 마을 공유재산은 고스란히 빼앗기게 된다.

고권일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마을회관 처분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마을이 벌금 폭탄을 맞으면서도 마을회관만은 지켜 왔다면서, “마을회관은 일제 강점기에도 넘기지 않은 것이며, 마을의 정신이고 삶의 토대다. 마을회관을 팔아 벌금을 해결하더라도 정신적 지주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천막을 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허무함과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며, 마을 공동체를 봉합해 보려는 시점에 구상권이 청구된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결국 해군이 마을과 공존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종의 선전포고이므로 주민들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바닷가 주민들이 바다를 잃었다. 농한기나 쉬는 날이면 자연히 구럼비에 모여 낚시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던 공간, 삶의 한 축을 잃은 것이다. 바다는 삶의 일부였는데, 그 바다를 잃었다. 그런 면에서 해군기지는 단순히 마을 안의 건축물, 시설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붕괴시킨 존재다.”

고권일 부회장은, 강정 주민들의 정신적 충격은 단순히 군사기지의 유무가 아니라, 조상들부터 지켰던 삶의 양식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겪고 위화감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 갇혀 말할 수 없는 증오심을 느끼는데, 그 증오심을 해군이 아닌 이웃과 가족에게 드러내고 또 그 분노의 서너 배되는 자괴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상권 청구는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해군에 해야 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구상권 행사는 국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잘못된 계획과 시행으로 세금을 낭비했을 때는, 그 사업을 담당한 주체에 하는 것이 맞으며, 이에 따르면 정부는 해군 참모총장에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공사가 오탁방지막을 훼손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제주도정은 주민들이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하자,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제주도 행정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답변했다.

고 부회장은 해군이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해군에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모자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해군은 싸움에서 이겼고, 이긴 사람이 진 사람에게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전쟁뿐이다. 해군의 구상권 청구는 주민을 적으로 생각하고, 적개심을 표출하는 전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책사업 반대 활동을 10여 년 벌여 온 강정마을은 정부가 국책사업 반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면서, “더 이상 선량한 견제로 양보하고, 빼앗기는 반복적 삶을 살 수 없다. 우리가 길 위에 다시 나앉는 이유”라고 말했다.

고도의 전략이 아니라 그저 부족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천막을 쳤다는 그는, “일단 이렇게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논의하고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 행동일지 결정하며 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감히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이들이 이 절박한 현장에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너무 힘이 없다”고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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