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용산 재개발 재개 반응

용산 4구역 일대 정비 사업이 8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그동안 방치되었던 개발이 다시 진행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먼저 되었어야 하는 용산참사의 진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복잡한 심정이다.

서울시는 용산 4구역(용산구 한강로3가 63-70번지 일대 국제빌딩 주변) 일대의 정비를 대규모 공원과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 상업, 문화 복합지구’로, 2020년 6월 준공을 목표로 10월 공사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총 5만 3000여 제곱미터에 주상복합 아파트 5동(31-43층), 업무시설 1동(34층), 공공시설, 문화공원이 들어선다.

용산 4구역은 2006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이 제대로 된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2009년 1월 철거세입자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고 부상자 23명이 나온 용산참사가 일어났다.

▲ 1월 14일 용산참사 7주기를 앞두고, 새누리당사 앞에서 유가족 등이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규탄했다. ⓒ배선영 기자

용산참사 뒤, 2011년 8월 당시 시공자의 계약해지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다시 기본구상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정비 사업이 재개되면서 용산참사 합의사항 중 해결되지 못했던 사항들도 이행될 계기가 마련됐다. 2009년 12월 말 ‘용산 4구역 재개발조합’과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용산참사 유가족, 세입자 등에게 위로금, 보상 등을 합의했고, 2010년 지급했다.

다만 4구역 안에 용산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수목을 만드는 것과 다섯 유가족을 위한 상가 우선분양권, 당시 23가구 세입자들이 공사현장의 임시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공사가 착수되지 않아 지금껏 이행되지 못한 합의 사항이었다.

용산참사 유가족 이충연 씨는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길 바라며 긍정적 입장을 표했지만,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당시 희생자의 사망 원인을 밝혀지지 않고 진압의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들며, 아직도 “용산참사는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캠프에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고 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설치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받았는데,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경주지역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에 참담해 했다.

그는 개발이 멈추는 바람에 철거세입자들의 생계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극빈층으로 전락하거나 하루하루 일당을 받고 생활하는 이들에게 늦게나마 합의 사항이 진행돼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서둘러서 개발하려고 진압을 해놓고 현장이 계속 방치되는 것을 보는 것은 유가족에게 괴로운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사 재개에 합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족에게는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용산참사의) 옛 흔적이 없어지는 것도 괴로워 복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이번 정비사업에 대해 구체적 논의를 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사업 재개로 용산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철거민 생계대책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언론이 공사 재개로 유가족, 철거민과 새로운 합의를 한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예전 합의가 이행되는 과정이라고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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