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누구에게 왜 - 2

기획 ‘투표, 누구에게 왜’ 순서

1. <지금여기> 필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은?
2. 천주교 전문가들이 보는 총선과 정치 좌담회 1
3. 천주교 전문가들이 보는 총선과 정치 좌담회 2
4. 여러분의 선택을 도울 꿀팁

총선에 대해 천주교 전문가들의 진단과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한 좌담회에서는 주요 정당 정책에 대한 평가, 총선 결과 예상, 가톨릭 신자 의원 평가 등 5가지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권오광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가 사회자 역할을 겸했고, 패널로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은미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 총무,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기초 자료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주요 정당들의 총선 10대 정책을 참고했다. 성모기사회의 유튜브 매체 <iKolbe>가 이번 좌담회를 촬영해 전체 동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참가자들은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이라는 사회적 가르침을 기준으로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편 박동호 신부는 교회 공동체의 토론과 실천 없이 주교회의 차원의 담화문 발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며 아쉬워했다.

▲ 4월 1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총선과 정치'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은미 총무, 박동호 신부, 권오광 대표, 이정희 교수. ⓒ강한 기자
 

박동호 :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는 인간의 존엄함과 사회정의, 공동선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번 총선은 ‘위험하다’. 첫째, 정치가 올바른 질서를 세워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실현한다는 지향을 잃은 채, 여태 그래 온 것보다 더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것만이 목표인 것처럼 됐다. 지난 몇 달간 벌어진 일을 보면 여야 모두 권력을 잡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고,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실현하려는 정책,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둘째, 올바른 가치를 지향했던 군소정당들이 시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기존의 거대 정당 구조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천주교 교우들은 현실정치 메커니즘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신앙의 관점에서, 정당과 정치는 사람과 사회를 품위 있는 모습으로 가꾸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꼭 마음에 두고 살펴보기를 바란다.

▲ 박은미 주교회의 여성소위 총무 ⓒ강한 기자
박은미 : 최근에 나온 총선에 관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담화문도 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공동선과 평화, 정의의 가치를 구현하는 정치인을 뽑자는 것이 교회의 주된 입장이다.

박동호 : ‘사목헌장’을 보면 교회의 지상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우리 교우들은 개인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 문제를 본당에서 토론하고 복음의 가치로 식별하면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데, 담화문을 낸 것 정도로 그칠까봐 한편으로 걱정된다.

이정희 : 정치의 위기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금 투표를 해야 하나 묻는 데까지 와 있다. 선거를 해도 별로 소용이 없는데 꼭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참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저는 청년들에게 너희들이 투표율을 70-80퍼센트로 올리면 다음 대선 때 청년을 위한 공약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에서 유권자들이 선택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제대로 된 ‘상품’이 있어야 선택을 할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자꾸 강요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존엄, 공동선을 기준으로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주요 정당의 정책을 보면 과거에 있던 것을 추린 것이지 새로운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 유권자들이 당장 듣고 좋아할 것만 정책으로 내놓았고 그마저도 신중한 정책이 아니다. 이 때문에 더 걱정스럽다.


이정희 교수는 일반 유권자가 정책을 비교, 분석해 정당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실천력 등 다른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 ⓒ강한 기자
이정희 : 정당을 선택하려면 정당의 정책을 살펴 봐야 한다. 관련 프로그램으로 ‘정당 선택 도우미’라는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것도 있다. 거기서 자기가 선호하는 정책을 정치, 경제, 문화 등 고르면 결과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양극화 해소 정책으로 ‘777플랜’(쓰리세븐플랜)이 있는데 좀 어렵다. 국민의당은 창당 뒤 얼마 안 돼서인지, 모호하지만 각 분야 정책을 열거한 듯 보인다. 새누리당의 정책은 풍부해 보이지만 실천력이나 어떻게 재정적으로 뒷받침할지 봐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정책을 비교 분석해 정당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외의 다른 부분도 봐야 할 것 같고, 이 정당이 20대 국회에 들어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생각해서 투표해야 하지 않겠나.

박은미 : 저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4개 정당의 10대 정책만 살펴봤는데,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의 10대 정책은 돈 버는 것에 많이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여성 정책에 더 관심을 갖고 봤는데, 새누리당은 여성이 따로 차별화돼 나와 있는 정책은 없었다. 나머지 3개 정당은 양성평등 관점에서 여성에게 안전한 사회, 여성복지 정책이 들어 있었던 것이 새누리당 정책과 조금 달랐다.

그런데 정강정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각 정당 국회의원들이 보여 주었던 여성에 대한 발언, 행동을 보면 그 당의 여성 정책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예컨대 여성 비하, 차별, 폭력적 발언을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었는데 미약한 처벌로 지나가는 것을 많이 봤다. 그런 데 대해 여성들이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성장보다 분배 문제가 중요하다고 보는 패널이 많았다. 박은미 총무는 정당들이 표를 의식해 세금을 더 걷는 정책을 꺼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권오광
: 최근 상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크게 피부에 와 닿는 게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아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일자리 창출의 문제다.

▲ 박동호 신부 ⓒ강한 기자
박동호 : 제가 1959년생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50년 가까이 (우리 사회의 화두는) 경제 문제였다. 그러나 사회교리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화장술이다. 경제민주화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분들이 과연 그런 뜻이 있는 분들인가?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의존하게 만들었다.

분배정책의 가장 기본은 조세정책, 누진정의인데, 그런 소박하고 상식적인 수단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안 하고 있다.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제대로 잘 분배하면 얼마든지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데 그 얘기를 아무도 안 하는 배경은 뭘까? 같은 편이라서 그런 것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박은미 :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양극화 해소다. 상위 몇 퍼센트가 갖고 있는 거대한 부를 하층으로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목표이고 양극화 해소일 텐데, 그러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들은 나중에 권력을 잡으면 다시 이야기할지언정, 선거를 앞두고 표를 잃을까봐 세금을 더 걷겠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과 언론에서 북한의 도발, 안보가 강조되는 데 대한 걱정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시민의식이 성숙했기에 북한의 위협이 곧장 여당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동호
: 북한 이야기와 쌍을 이루는 게 하나 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와 함께 연일 부모에게서 무참하게 학대당한 어린아이들 이야기가 언론에 나온다. 가장 약한 어린이를 지켜 주지 못하는 어른들을 부각시키고, 또 한편 바깥의 불안 요인을 말하는 것이다. 이럴 때 정답은 무엇이겠나. 이것이 우리 사회 시민들의 마음 안에는 뭔가 작동시킬 것이라 본다.

▲ 권오광 천정연 대표. ⓒ강한 기자
박은미 : 그런 면도 있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전국의 안보 태세를 강화하자는 뉴스와 군대의 비리 소식이 함께 나온다. 시민들이 보기에 이게 안보 태세 맞느냐 생각하게 된다. 안보 이슈가 선거 앞두고 나왔을 때 예전처럼 시민들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는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정희 : 사회교리와 가톨릭교회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남북 관계와 동북아 질서는 참 불행한 시기다. 이런 시기일수록 국가지도자나 국회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능력을 보여 줘야 하는데 쫓아가고만 있고 방향을 못 잡게 된다. 20대 국회는 우리의 나아갈 길을 좀 더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주변에 휘둘리다 보면 아무 것도 안 된다.

북한의 위협, 내부에서는 어린아이들의 문제가 많이 나오는데, 강한 국가, 강한 정부의 필요성을 우리가 심리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데 저도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유권자들이 힘을 가져야 한다. 유권자들이 좌절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저는 선거를 통해서 유권자 스스로 서로 격려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6.29선언을 얻어 내고, 권위주의 정부를 쓰러뜨린 시민사회의 힘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이런 힘으로 정치권의 파행적 모습을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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