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 올해 첫 기금 농가에 전달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올해 가족농 사랑기금을 농가에 전달했다.

본부장 조해붕 신부를 비롯한 우리농본부 관계자들은 3월 10일 청천분회원과 청주교구 우리농 실무자들을 만나 기금 증서를 전달하고, 분회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가족농 사랑기금은 소량 다품종 농사를 짓는 가족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신청 농가에 500만 원씩 한 해 농사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수확한 농산물로 상환 받는 이 제도는, 생명농업과 이윤추구가 아닌 나눔에 기반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정신을 지키자는 것이 그 취지다.

지난 7년 간 가족농 사랑기금으로 도움을 받은 농가는 131가구로 6억 5500만 원이 전달됐으며, 올해는 이번 청천분회 7개 농가를 포함한 원주, 전주, 인천, 마산, 의정부, 안동 등 7개 교구 29농가에 기금이 전달됐다. 

가족농 사랑기금은 그동안 서울대교구 우리농 물류비 일부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의 예탁금, 후원금으로 마련돼 왔지만, 앞으로는 개별 후원금의 비중을 늘려 일반 신자들의 참여를 높이고, 안정적 운영을 꾀할 계획이다.

▲ "가족농을 지켜주세요!" 3월 10일 서울대교구 우리농본부 관계자들과 청주교구 창천분회원들이 만나, 가족농 사랑기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정현진 기자

가족농 사랑기금은 '나눔' , '이해', '공감'

조해붕 신부는 증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가족농 사랑기금은 생명농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농민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면서, “정부가 농산물 수매와 판로를 보장하지 않고, 판매 위주의 기업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생명농을 지향하는 이들이 시장논리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또 농산물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는 것”이라며, “농민들이 애쓰고 있지만 소통이 되지 않은 결과는 단순한 소비와 기업농이다. 도시와 농촌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고, 기금 또한 50개 이상의 농가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천분회 농민들은 간담회를 통해 가족농 사랑기금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농민들은 정부의 영농자금이 급속히 줄어들고, 농산물 가격까지 폭락하는 상황에서 가족농 사랑기금은 농사 자금 지원뿐 아니라, 농산물을 출하할 수 있는 판로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사랑기금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에서 나아가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청천분회 김석현 회장은 “기금을 농산물로 갚을 수 있어, 유통도 안정적이고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서, “사랑기금의 본질은 ‘나눔’이다. 도시와 농촌 사이의 나눔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사랑기금이 당장의 금전적 도움과 출하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직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면서, “직접 출하보다 마진율이 적더라도,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적게 느낄 수 있다면, 직거래가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가족농 사랑기금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여전히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기금을 통해 추구하는 주요한 목적인 도시와 농촌 간 교류 그리고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 간의 공감과 이해다.

분회원 정한택 씨는 “사랑기금을 통해 농사일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훨씬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며, 농활이나, 일손돕기 등 현재 이뤄지고 있는 도농 간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아버지와 함께 생명농업을 잇고 있는 최순호 씨는, 20-30년 전에 비해 농민들의 노력으로 우리 농업도 경쟁력이 많이 높아졌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농민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각 성당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농민들의 상황을 더 많이 공유하고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야만 우리농운동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붕 신부는 이에 대해, 농산물을 통해서 도시와 농촌이 만나는 기회는 양 측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각 교구 우리농본부에서 더 많은 정보 교류를 하고, 만남의 기회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추진 중”이라며, 협력을 당부했다.

농민 입장에서 일관성 있는 농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제철 농산물의 소비율을 높이고, 전체 매출 향상을 통한 외형적 성장 보다는 관계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농 매장과 정기적 장터 개장을 통해 제철 농산물이 보다 활발히 유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족농 사랑기금 참여는 예탁과 후원 형태로 할 수 있다. 예탁금은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 일정한 금액(1구좌 10만원)을 무이자로 맡기는 방식이며, 후원금은 일정 금액을 자유롭게 기부하는 방식이다. 기금 참여 방법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홈페이지(www.wrn.or.kr)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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