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주간 특집 3] 유일신을 부르는 두 가지 이름

“신을 부르는 표현은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다르지만, 같은 ‘주님’을 믿고 따르는 교회지요.”

개신교에 대해 열린 태도를 지닌 천주교 신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다. 그런가 하면 상황에 따라 아주 반대되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다른 교파의 부정부패나 교회 세습 문제, 공공장소에서 벌이는 지나친 선교활동을 보며 화가 나서 하는 말이다. “저들이 믿는 ‘하나님’과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다른 신인 것 같아.”

신을 가리키는 말이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다른 것은, 오늘날 한국의 천주교, 개신교 신자들의 언어 생활에서 가장 쉽게 몸으로 느끼는 차이다. 천주교는 교리교육이나 전례교육 과정에서부터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발음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신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하느님’은 한국에서 섬기던 ‘잡신’이므로 그리스도교에 맞지 않는 용어라고 생각하는 개신교 신자들도 있다.

▲ (왼쪽부터) 대한성서공회에서 2001년 나온 "성경전서 개역개정판"과 한국 천주교주교회의가 펴낸 "성경". 신명기 19장 1절에 신을 부르는 말이 각각 "하나님"과 "하느님"으로 쓰였다.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1월 18-25일)을 맞아, 유일신이지만 갈라진 신의 이름에 대해 다시 살펴보았다.

국어에서 ‘하느님’과 ‘하나님’ 중 어느 하나만 맞거나 틀린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하느님’과 ‘하나님’을 각각 ‘가톨릭’과 ‘기독교’(개신교) 전문 용어로 “천지의 창조주”, “유일신”을 가리키는 말이라 소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교회와 개신교 일부에서 창조주를 일컫는 말로 ‘하느님’을 쓴다는 것도 알리고 있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하느님’은 첫째로 ‘종교’ 전문 용어다. 즉, 종교 사이 울타리를 넘어서 “우주를 창조하고 주재한다고 믿어지는 초자연적인 절대자”를 뜻하는 우리말로 ‘하느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을 조금 더 살펴보면, ‘하느님’은 ‘하늘’과 ‘님’이 결합해 이뤄진 단어다. ‘하늘’을 예전에는 ‘하날’[‘날’의 모음은 아래아(ㆍ)]로 적었기 때문에, 국어 변화에 따라 ‘하늘’이 되기도 하고 ‘하날’로 읽힌 적도 있어서, ‘하느님’과 ‘하나님’의 두 형태가 현대에 정착되었다고 한다. 한국기독교사연구회가 쓴 “한국 기독교의 역사 1”에 따르면 개신교에서는 1882년에 이어 1883년 루카, 요한 복음서가 한국어로 번역됐는데, 1883년판에서는 신명이 ‘하느님’에서  ‘하나님’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개신교 신자들 중에는 ‘하느님’은 미신에 속하는 ‘잡신’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그리스도교가 믿는 유일신을 표현하는데 맞지 않고, ‘하나’(1)라는 뜻이 담긴 ‘하나님’이라고 불러야 옳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성서공회 총무를 지낸 민영진 씨는 ‘하나님’이 ‘하나’에 존칭 ‘님’을 붙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신학적인 견해”라며 “’하나’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에서 널리 쓰이는 “성경전서 새번역”(표준새번역 개정판)이 ‘하나님’을 쓰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하느님’이 맞는데도 개신교 언중이 안 받아들이려고 해서 언중의 습관을 따른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그는 “언어학자들에게 물어보니 ‘언중 대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해결책’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도 ‘하나’라는 수사에 ‘님’을 붙여서 유일신을 표현하는 것은 어법상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천주라는 표현은 개신교도 오래 전에 사용했다”며 “가톨릭과 구별짓기를 하는 과정에서 ‘천주’가 빠지고 다른 말을 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김지환 씨는 “하나, 유일신의 의미를 강조하는 뜻으로 ‘하나님’을 쓰는 것은 오해”라고 봤다.

1970년대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만든 “공동번역 성서”는 신을 뜻하는 말로 ‘하느님’을 썼다. 공동 기도문에서 ‘하느님’을 쓰는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담임목사는 “향린교회에서 ‘하느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공동번역 성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교회 전체 회의에서 신의 호칭을 무엇으로 정하는 게 좋을지 토론을 했고, “’하느님’이나 ‘하나님’ 어느 쪽을 써도 괜찮지만, 개신교가 ‘하나님’을 강조하며 폐쇄적인 신을 강조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하느님’이라고 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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