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돈 때문에 치료 중단하는 일 없어야”

회생이 불가능한 환자가 더 이상 치료를 원하지 않으면 이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암환자에만 국한되었던 호스피스 서비스가 다른 질병 말기환자에게도 확대돼, 연명의료결정과 함께 2018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대해 한 가톨릭 전문가는 환자 본인의 결정보다 의학적 판단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국회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했다.

이 법의 골자는 두 가지인데, 우선 암환자뿐 아니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변 등의 말기환자도 호스피스 의료를 받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해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해서 ‘웰다잉(well-dying)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종사자들. ⓒ지금여기 자료사진

그러나 연명의료결정이 제도화되는 것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지속적으로 걱정을 밝혀 왔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정재우 신부는 이번에 통과된 법에 대해서도 교회에서 그동안 지적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걱정했다.

정재우 신부는 1월 1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환자의 결정이 의료행위의 일방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만 19살 이상인 사람이 평소에 직접 작성해 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 상태와 치료법, 연명의료 시행법과 중단 결정, 호스피스 제도 등을 설명하고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필요하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없을 때는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고 담당의사가 확인하면 환자의 의사로 본다.

정 신부는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 보호자 간의 논의를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또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결정권이 ‘생명존엄’이라는 전제 아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명의료 결정에 있어 의학적 판단이 먼저라는 것과 함께 정 신부가 강조한 것은 영양공급, 수분공급, 통증조절, 위생관리 등 기본적인 돌봄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법안에서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영양분, 물, 산소공급 등은 보류되거나 중단되서는 안된다고 그대로 적용됐다.

이번 법안에 대해 한편에서는 연명의료결정 이전에 의료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칫하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의 정현준 사무국장은 자기결정권에 의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은 찬성하지만, 본인이 결정하려면 유럽처럼 의료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돼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준 사무국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보장성이 낮고 아파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상황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쉽게 연명치료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자기결정권으로 연명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연명치료 중단의 요인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스피스 의료가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는 교회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정재우 신부는 그동안 이것이 빨리 법제화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정 신부는 이번 법으로 호스피스의 돌봄이 호스피스 병동이 없는 병원이나 가정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며 긍정적이고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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