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강정지킴이 예수회 김성환 신부 인터뷰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진행되는 미사는 365일 매일 오전 11시에 어김없이 봉헌된다. 해군 측에서는 공사가 이미 95퍼센트 진척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으며, 문정현 신부와 강정 평화활동가들은 주민들과 더불어 현장미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예수회 김성환 신부는 “만 3년 넘게 멧부리에서 강정포구를 매일같이 관찰하고 있는 활동가에 따르면, 공사는 실제 80퍼센트 정도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내년 상반기에 가서야 공사가 마무리 될 것 같다 전했다.

▲ 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한상봉 기자

해군기지 공사 내년이면 마무리.... 성령께서 평화운동 앞길 열어 줄 것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 응한 김성환 신부는 해군기지 공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문정현 신부님과 더불어 우리는 만 4년 동안 매일 미사를 공사장 입구에서 봉헌하고 있는데, 내년에 공사가 마무리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암중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성령께서 길을 알려 주셨던 것처럼 때가 되면 그분께서 다시 일러 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해군기지가 완공되면 헌병대가 들어오고, “그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입구에서 계속 미사를 봉헌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2일로 제주교구는 공식적인 현장미사를 마감했고, 현재 공사장 앞에서는 문정현 신부와 평화바람 활동가들, 예수회 사제들과 몇몇 신자들과 주민들이 미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새로운 전환점을 돌고 있는 강정의 평화운동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김성환 신부는 평화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예수회 박문수 신부가 세 가지 활동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해군기지 반대활동 등 평화운동이다. 이와 관련해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제주에서 해군기지가 더 이상 확장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활동이라고 표현했다. 두 번째는 강정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을 위한 활동이다. 이와 관련해 평화활동가들이 목욕탕에 갈 수 없는 주민들을 돕거나 마을청소도 하고 있다. 세 번째는 평화교육이다. 평화교육은 천주교 신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제주 4.3항쟁과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아우르는 국가폭력과 전쟁, 평화문제를 다루는 살아있는 교육장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다.

현재 강정에서는 공사장 입구에서 진행하는 미사뿐 아니라, 강정평화마을 만들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평화문제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이 수없이 방문하고 연대 방법을 찾고 있으며, 평화대행진 등 행사를 진행한다. 최근에 강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특별히 천주교 신자들과 교회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강정, 세계평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김성환 신부는 지난 4년 동안 치러진 ‘성찬례적 저항’의 의미를 특별히 강조했다.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봉헌되는 미사는 문정현 신부가 중심에 서고, 제주교구 사제들과 예수회 사제들, 그리고 수많은 신자들이 합류한 결과였다. 미사봉헌을 중심으로 매일 하루 종일 공사장 입구에서 벌어지던 저항의 몸짓이 이제는 오전 11시 미사 전후에 두어 시간 이어지고 나머지 시간은 다른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이뤄진 미사에서 많은 수도자들과 사제, 신자들이 오히려 위로를 받고 평화문제를 학습하는 체험의 장이 되어왔다. 김성환 신부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더러 거리로 나가라고, 나가서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나는 원한다고 했지만, 그 전부터 강정에서는 거리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강정에는 미국의 가톨릭일꾼운동 회원 등이 찾아와 연대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김성환 신부가 전한 박문수 신부의 후일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강정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특별히 미국의 평화활동가들에게 제주 강정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가톨릭일꾼운동 활동가들이 연이어 강정에 찾아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도러시 데이의 손녀인 마사도 강정에 찾아왔다. “지난 9월에 제주 강정마을회가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람페두사와 더불어 국제평화국(International Peace Bureau)에서 상을 받았다. 그 정도로 강정이 세계적으로 평화의 아이콘이 된 모양”이라고 말하는 김성환 신부는 그동안 강정 국제팀장과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강정 상황을 영어로 해외에 알린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예수회는 신자유주의에 맞서고 평화운동에 주목한다

한편 강정 해군기지 문제는 한국 예수회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평화활동의 과정에서 예수회의 김정욱 신부가 2012년 경찰에 연행되어 25일 정도 구속되었는데, 이 사건은 1998년에 문규현 신부가 구속된 뒤 10년 만에 천주교 사제가 구속된 것이다. 이어 이영찬 신부가 2개월 동안 구속되었고, 박도현 수사는 6개월 동안 구속되었다. 이 때문에 예수회 회원들이 연이어 구속자들을 면회하러 제주에 오고, 강정 미사에 참석함으로써 관심이 증폭되었다. 김성환 신부는 “대충 꼽아보아도 전체 한국 예수회 회원 중에 60퍼센트는 제주에 다녀간 것 같다. 제주에 못 오신 분들도 강정에서 행하는 예수회회원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수회에서는 로마 총원의 요청에 따라 한국예수회가 주력해야 할 활동을 논의하는 관구회의에서 세 가지를 정했는데, 그 첫 번째는 빈부격차를 일으키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싸움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가 평화와 화해사도직, 세 번째가 지성사도직이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활동이 강정과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한국관구장을 비롯해 예수회원들이 강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김성환 신부는 특히 강정은 “교황이 ‘찬미받으소서’에서 강조한 생태문제와 평화문제가 만나는 지점이어서 특별히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 강정에서 겪은 공권력의 박해가 오히려 사제의 신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김성환 신부. ⓒ한상봉 기자

박해를 받을수록 더 힘이 나는 게 신앙인

김성환 신부는 제주에 오기 전에 10년 동안 충북 괴산 솔뫼공동체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런데 그때도 경험하지 못했던 눈물을 강정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농민운동을 하면서 FTA와 관련해 국회 앞에서 명동에서 홍콩에서 국가권력과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대체로 평온했던 괴산 생활을 되돌아 보면서, “강정에서는 매일을 하루같이 공권력과 맞서다 보니, 어떤 분이 미사에 와서 위로의 말 한마디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처음에 강정에 와서는 문정현 신부님이 미사 때 가끔씩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처음 왜 그러신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제가 괴산에서는 그래도 온실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선 광야처럼 다 노출된 곳에서 살고 있어요. 철벽같은 공권력 앞에서 버텨야 하는 외로움도 있고, 억울함도 있고, 그래서 저희들 행동을 지지하고 위로해 주는 발언만 들으면, 아니 그런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이건 하느님에게서 오는 위로의 눈물이죠. 이제는 하느님과 연결된 안테나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요. 강정이 사제들에게 주는 특전 같은 것이죠. 그래서 더 감사드리게 되고요.”

김성환 신부는 “우리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당할수록 더 하느님께 위로를 받는 것 같다”면서, 그것을 “하나의 신비”라고 말했다. 이런 신비는 특별히 신앙인에게 찾아온다고 김 신부는 말한다. 해군기지 공사가 거의 다 끝났으니 마음을 이제 접자는 말들이 많은데, 신앙인들은 눈앞에 여전히 버티고 있는 악의 실체를 두고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게 김 신부의 생각이다. 그리고 “박해를 받을수록 더 힘이 나는 게 신앙인”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강정에서 김성환 신부와 문정현 신부 등이 겪은 세월은 악의 세력에 맞서는 의인의 투쟁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에게는 정화의 과정이기도 했음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 문정현 신부는 틈틈이 생명평화의 염원을 담아 서각에 몰두했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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