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영 신부, 청년토크는 엠마오 여정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루카 24, 32-35)

“되돌아보니 청년 토크와 함께 한 시간은 엠마오의 여정이었네요.”

올해 말까지 꼬박 5년, ‘가톨릭 청년 토크’를 진행해 온 최성영 신부(예수회)가 고백한다.

2011년 3월부터 ‘그대의 삶과 영혼을 뜨겁게, 보다 더 자유롭게’를 모토로 20-30대 청년들을 위한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최성영 신부. 지난 12월 5일을 끝으로 청년 토크와 작별할 준비를 하고 있는 최 신부에게 이야기 자리를 청했다. 지난 시간 초대 손님과 청년들이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정작 자신은 늘 뒤편에 머물렀던 그를 위한 토크였다.

40번의 첫째 토요일. 그동안 만났던 청년들을 통해 최성영 신부가 깨달은 청년사목의 길은 무엇이었을까.

“경청과 공감, 나눔이 그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게....”

그가 처음 청년 토크를 기획한 것은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고, 그들의 가슴이 더 뜨겁고 자유로워지도록 두드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준비를 위해 기존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살펴본 최 신부는 많은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 시대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읽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내용을 준다”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 지난 5년간 '가톨릭 청년 토크'를 통해 청년들과 동반해 온 최성영 신부(예수회). ⓒ정현진 기자
청년들 스스로가 행복해지면서 그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 ‘역동적 파동’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보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최 신부는,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했고, 먼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눠 파동을 일으킬 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청년들의 가슴을 두드려주고, 마음을 건드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함께 최 신부가 잡은 나눔의 주제는 20-30대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할 것 같은 정체성 찾기와 식별, 관계 맺기, 신앙, 연애와 사랑, 가족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와 다름에 대한 이해 등으로 사회적 이슈에 따라 현안을 다루기도 했다.

최 신부가 초대한 이야기 손님들은 사제, 작가, 심리학자, 정치인, 이웃 종교인, 수도자,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었지만 최 신부의 초점은 그들의 ‘성공’이 아니라 그들만의 삶을 ‘성취한 과정’이었고, 그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주문했다.

일면식도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누구를 초대하든 “힘든 청년들 좀 도와주세요”라는 말에 두말 없이 허락한 이들을 보면서, 참 감사했다는 최 신부는, “사람들이 우리 청년들을 얼마나 돕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기도 했지만, 청년 토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미사를 하면서 그들 자신도 함께 청년들과 뜨거워지고 변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러분들은 뭘 해도 예뻐요”라는 말에 눈물을 쏟던 청년들 잊지 못해요

청년 토크는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과 응답, 소그룹 나눔, 미사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귀를 열고, 자신의 체험과 삶을 나누면서 마음을 열었다. 그 과정에서 따르는 성찰, 미사를 통한 이 모든 것의 통합은 참여한 이들을 뜨겁게 달궜다. 또 하나 청년토크가 자유롭고, 5년 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 여부와 상관없이 청년 누구에게나 ‘열린 자리’였기 때문이다.

최성영 신부는 청년들이 이곳에 와서 힘을 얻었다고 이야기한 것이 가장 감사했고,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성당에 나가고 싶다는 고백을 들을 때도 너무 기뻤다면서, 신앙에 냉담한 마음을 풀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은 아니었지만, 단지 성당에 열심히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다시 찾고 싶다는 열망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고 말했다.

▲ 이야기 손님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청년들. ⓒ정현진 기자

최 신부가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초대된 신부가 미사를 하면서, “여러분들은 뭘 해도 예뻐요”라고 말하자마자 맨 앞에서 미사를 드리던 청년 세 명이 동시에 눈물을 쏟던 일이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존재 자체를 인정해준 그 말이 얼마나 크게 마음을 울렸는지 알았다”면서, “청년들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된 것이 청년토크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석자들은 최 신부에게 청년토크라는 함께 있는 순간의 공동체를 통해 위로와 새로운 통찰,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난 5년의 시간을 최 신부는 어떻게 평가할까. 최 신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여했는지 수적인 차원이 아니라 참여한 청년들이 공감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들이 얼마나 갈증에 시달리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게 됐다는 점에서 평균 80점은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청년 토크를 시작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청년들의 갈망이 그토록 크다는 것이었다. 주제별로 참석자 편차가 커서 적게 오는 때는 당혹스럽고 의욕을 잃기도 했지만, 단 한 명의 청년이라도 그 자리를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청년들로부터 배우고 공감하고, 동반하라”

청년토크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새로 2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라는 최성영 신부는 청년들을 위한 사목, 프로그램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을 가르치려고 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최성영 신부가 지난 5년 간 깨달은 청년사목의 핵심은 ‘공감’과 ‘동반’이다.

“나를 따르라”가 아닌 함께 걷는 걸음이 중요하다는 최 신부는, 그래서 청년토크의 여정은 예수를 잃은 제자들과 같은 절망을 겪는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걸어온, 그래서 결국 두려움을 이기고 이스라엘로 달려가도록 했던 엠마오 길과 같다고 말한다.

▲ 전체 이야기 나눔이 끝난 뒤, 소그룹 나눔을 이어가는 청년들. (사진 제공 = 예수회)

최 신부는 “한국의 청년들은 12년 간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억압된 삶을 살다가 그 다음에는 젊음과 학업의 설레임 보다 취업과 사회생활의 두려움에 압도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힘을 내라거나 꿈을 가지라는 말은 아주 허망한 말이다. 힘을 낼 수 없는 현실, 꿈을 가져도 실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공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년들과 동반하고, 청년들에게서 오히려 배우라는 것은 예수회 총회 문헌의 한 대목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최성영 신부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가장 안타깝다면서,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격려할 것”이라며, “지금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길을 간다면 결국 그 안에서 빛나게 될 것”이라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또 최 신부는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체험의 성찰이라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체험은 살아가는 힘이 되지만, 단, 삶 안에서 성찰할 때 그렇게 된다”며, “절망과 실패의 체험에 한평생 묶여 있느냐, 그것에서 의미를 건지느냐는 성찰의 여부에 달렸다. 넘어지고 부끄럽다고 해도 사건의 의미를 성찰할 때, 그것은 살아있는 체험이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최 신부는 새로운 소임을 해나가면서, 20대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 안에서 “왜”라는 근본 질문에 답하는 것이라는 최 신부는,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왜 공부하는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길에 동반자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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