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청년토크에서 허귀희 수녀 강연

▲ 허귀희 수녀가 5일 가톨릭 청년토크에서 ‘성경에서 찾은 Here and Now의 영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신학에서 말하는 ‘지금, 여기’란 지금 이 순간 나의 생각과 감정,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느님과 함께 현존하는 것입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천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천국’을 지향하고 꿈꾸며, ‘지금, 여기’에서 천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힘과 용기를 하느님으로부터 찾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열린 ‘가톨릭 청년토크’에서 성서신학자 허귀희 수녀(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는 ‘성경에서 찾은 Here and Now의 영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허귀희 수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천국과 바로 연결되어 있기에, 바로 여기에 있는 삶의 자리에서 꿈꾸고 희망하는 것을 청하며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고난과 두려움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안에서 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허 수녀는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라는 마태오 복음 16장 19절의 말씀을 들며,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하늘 나라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와 나타나엘의 만남을 묘사한 요한 복음 1장 51절의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씀과 창세기의 ‘야곱의 꿈’을 연결했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 에사우의 복을 가로챈 야곱이 하란으로 도망가는 도중, 하늘과 땅이 이어진 층계 위로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꿈을 꾸는 장면에서 야곱은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로구나”라고 고백한다. 허 수녀는 이 장면이 드넓고 거친 광야에서 돌베개를 베고 자던 그곳이 바로 하느님의 집이며, 하늘의 문이라는 것과 저 하늘의 하느님이 바로 여기에서 함께하고 계심을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곱은 브에르 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러 해가 지자 거기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는 그곳의 돌 하나를 가져다 머리에 베고 그곳에 누워 자다가, 꿈을 꾸었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주님께서 그 위에 서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인 주님이다. 나는 네가 누워 있는 이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 네 후손은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고, 너는 서쪽과 동쪽 또 북쪽과 남쪽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땅의 모든 종족들이 너와 네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 야곱은 잠에서 깨어나,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하면서, 두려움에 싸여 말하였다.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로구나.’” (창세 28,10-17)

▲ 5일 오후,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가톨릭 청년토크’가 열렸다. ⓒ정현진 기자

또 허귀희 수녀는 하란에서 20년간의 타향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야곱이 대면한 두려움, 야뽁 강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건너야 할 야뽁 강이지만, 그 건너에는 형 에사우의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 야곱은 용기가 없었지만, 밤새 하느님의 천사와 싸워 이겨 그 두려움을 이겨낸다.

허 수녀는 “야곱이 그 강을 건넜을 때 비로소 ‘속인 자’였던 야곱은 ‘이스라엘’, 신앙의 성조가 되었다”면서 “우리 삶에서 인간적인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야뽁 강’을 만날 때, 하느님 안에서 그 힘을 찾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는 환상 속에서 모두들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봅니다.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깊은 곳까지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나는 환상 속에서 밤조차도
어둡지 않은 밝은 세상을 봅니다” (‘넬라 판타지아’ 가사 일부)

허귀희 수녀는 이 노랫말이 “우리가 어떻게 야뽁 강을 건널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허 수녀는 ‘넬라 판타지아’는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며, 오히려 현실은 노래 내용과 정반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것”이라면서 “정 반대의 현실에서도 환상을 꿈꾼다는 것은 바로 기도와 같다. 기도 역시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신 안의 풍족함 속에서 갖게 되기를 꿈꾸는 것이며, 신에게 바람을 전하고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수녀는 “지금, 여기에서 꿈꾸고 환상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에서 건너야 할 야뽁 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꿈꾸고 환상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속이는 자 야곱을 성조로 만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하느님 안에서 기쁘기를 빈다”고 전했다.

가톨릭 청년토크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진행된다. 대학생을 비롯한 모든 39세 이하 미혼 남녀에게 열려 있으며, 참가비는 5천 원이다. 다음 청년토크는 5월 10일에 열리며,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성소국장)가 ‘생명을 보듬는 일―교회와 청년의 길’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문의 / 02-3276-7706, 010-8969-3107, www.facebook.com/magis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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