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수도회성 장관 아비스 추기경 방한

교황청 수도회성 장관 주앙 브라스 지 아비스 추기경이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을 찾았다.

아비스 추기경은 한국 일정 마지막 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도자의 본당사목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는 것에 도움이 되고, 본당에 있는 수도자와 본당 사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 남녀 수도회의 연합 ‘축성생활의 해 특별 위원회’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아비스 추기경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유흥식 주교(대전교구), 염수정 추기경, 문화부장관 등을 만났다. 남녀 수도회 장상들과도 만나 대화를 했으며, 마지막 날에는 수도자 1000여 명과 함께 기도했다.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비스 추기경은 “순교자의 힘이 한국교회에 생생하게 전해지고 많은 힘을 주고 있는 것을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당 사제, 주인처럼 행동해서는 안 돼”

▲ 교황청 수도회성 장관 아비스 추기경. ⓒ배선영 기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추기경은 한국교회에서 본당에 있는 수도자와 본당 사제의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당 사제가 수도자에게 ‘여러분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 혹은 수도자가 ‘본당사제와 관계 맺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기경은 수도회의 카리스마는 본당 사제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본당 사목을 하는 수도자는 공동체 생활을 망치지 않고, 이를 돌보면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수도회의 카리스마가 병든 이, 가난한 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것인데 이런 점이 본당에서는 매우 중요하므로 (수도자의 본당사목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런 부분이 빠지면 교회는 영적으로 가난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회가 신자의 영성생활을 도와 줄 수 있다며 수도자의 본당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비스 추기경은 본당 사제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본당 사제가 본당의 주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본당 사제가 다른 종교,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쓰고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복음은 모든 이에게 닿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래의 카리스마를 위해 본당 사도직을 그만두는 수도회에 대한 물음에 아비스 추기경은 수도자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수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유럽에서의 일인데, 수도자 수가 줄어 특히 젊은 수도자에게 짐이 많이 지어질 때, 예를 들어 본당 5곳 중 몇 곳은 포기하는 것이다. 추기경은 이럴 때 주교와 대화를 통해 본당 사목을 떠나는 이유를 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냥 떠나겠다고 하면서 주교를 내버려 두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수도자 수가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추기경은 평신도가 사도직 활동을 돕도록 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라고 제시하며, 마리스타 수도회를 사례로 들었다. 마리스타 수도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 6000명이 나가고 3000여 명만 남아, 대학과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평신도를 교육했다. 지금은 사도직 활동을 돕는 평신도가 5만 명이다.

“자본주의가 수도자의 이데올로기 돼서는 안 돼”

아비스 추기경은 현재 축성생활에서 중요한 것으로 형제애, 그리고 권위와 순명을 따르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권위를 따르는 것은 장상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예수가 원하는 대로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장상(長上)’ 즉 ‘위에 있다’는 표현이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또한 돈이 진리를 사고, 차별을 만드는 현실을 지적하며, “하느님을 섬기면서 돈을 섬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우리의 이데올로기가 되서는 안 된다”고  단언하고,  “돈은 공동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돈을 더 잘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황청 수도회성’의 정식 명칭은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 성’이며 수도회와 선교회 설립과 승인, 교구 설립 단체의 적합성 판단, 남녀 수도자 장상협의회 설립과 정관 승인, 활동 감독 등의 역할을 한다.

축성생활의 해는 이 수도회성이 건의해 교황의 승인으로 지내고 있다. 2014년 11월 30일 부터 2016년 2월 2일(봉헌생활의 날)까지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수도생활의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50주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라틴어 vita consecrata는 봉헌생활회(수도회, 재속회) 회원의 삶을 뜻하며, ‘봉헌생활’이라고 하고, 하느님께서 거룩하게 하신다는 뜻에서 ‘축성생활’이라고도 한다. 한국천주교 남녀수도회연합회는 ‘축성생활’이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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