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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천국을 삽니다"손엘디, 배금자 부부

지난 10월 83쌍의 멘토를 배출한 제주교구 혼인-멘토 프로그램에 멘토 양성자로 참석한 부부가 있다. 전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책임자를 지내기도 한 손엘디(62, 비오)와 배금자(63, 카타리나) 부부다.

제주교구 혼인멘토링소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평신도의 도움이 없이는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오랫동안 위기에 있는 부부들을 돌봐 온 이들 부부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위기를 겪는 다른 부부들을 돕는 일에서 자신들의 해법을 찾아 살았고, 그 복음을 전하기 위해 어디든 함께 다니는 이들은 지난 20여 년 수많은 부부들을 만난 경험, 자신들이 성찰하고 실천한 세월을 제주교구 혼인-멘토 프로그램에 쏟았다. 프로그램의 8가지 주제도 이들이 제안했고, 제주교구는 이들의 요청을 모두 반영했다. 그리고 9달간 비행기를 타고 제주와 서울을 오간 끝에 이들은 166명의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게 됐다.

10년을 싸우던 부부, 타인의 고통안에서 해법을 찾다

   
▲ 배금자 카타리나, 손엘디 비오 씨 부부. ⓒ정현진 기자
부부생활 30여 년, “우리는 지금 천국을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웃으며 말하는 손엘디, 배금자 부부가 처음부터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6년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이들은 신혼여행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올 만큼 싸우기 시작해, 10년을 싸우다 이혼과 별거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싸우던 어느날, 누군가 “어느 부부가 힘들어하니, 그 사람들이나 도와줘”라고 부탁했다. “우리 처지가 이런데 무슨...”이라고 생각한 남편과, 남을 돕는 성품을 타고난 아내는 생각은 달랐지만 함께 그 부부를 만났고, 그들의 갈등을 보면서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해법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계속된 불만에도 아내가 늘 자신의 컵에 물을 가득 붓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남편은, 아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아내의 넉넉함이라고 달리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혼 뒤 시집살이를 하던 아내를 마치 리모컨처럼 대하고 도움을 주지 않던 남편을 보며, “우리 부부가 죽을 때까지 이혼만 하지 않아도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던 아내는, 남편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다가도 “예수님, 엘디 안에 있는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이들 부부는, 각자의 많은 노력에도 수없이 위기를 만나던 10여 년의 세월 끝에 함께 만난 예수는 세상의 눈으로 철저히 실패하고 죽음의 순간, 버림받은 예수님이라고 고백했다.

부부 사이에 현존하는 버림받은 예수

어느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돈에 휩쓸릴까 덜컥 겁이 난 이들 부부는 자녀들과 함께 이탈리아에 있는 가정학교로 떠나 1년을 지내고 돌아온다. 그리고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책임자를 맡게 되면서 방송, 저술, 상담 등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부르는 모든 곳에 가서 어려운 이들을 만났다.

오랜 시간, 부부가 수많은 위기의 가정과 사연을 만나면서 깨달은 문제의 본질은 두 가지다. “서로에 대한 존중 없음” 그리고 “두 사람의 가치관이 다를 때”.

손엘디 씨는 가족들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의 첫 번째 원인은 가족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 사랑할 의무만 있고 소유할 권한은 없다”면서, “가족 구성원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고유한 모상이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일치, 부부와 가족 구성원들이 가치관과 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사람은 돈과 명예를 추구하고 한 사람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 그들 부부의 문제이기도 했다는 손엘디 씨는 “둘이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진 것은 신앙 덕분이었고, 그 중에서도 버림받은 예수님을 생각한 것”이었다면서, “실패한 예수님을 닮자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우리는 행복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놔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가운데 둘 사이에 예수님의 현존이 이뤄진다는 이들은, 교리를 지키는 것만이 신앙이 아니며, 신앙인으로서 둘이 함께 그분이 원하는 길을 가고 같은 목표를 정하는 것 또한 예수의 현존과 지혜를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 혼인멘토링 프로그램에서 강의하는 손엘디, 배금자 부부.(사진 제공 = 제주교구)

교회, 젊은이들에게 존재의 이유 일깨워야

“버림받은 예수님을 생각하는 것은, 예수가 이 세상을 구원한 단 한가지 방법이 바로 고통이었기 때문이에요. 고통은 우리가 디뎌야만 하고, 그런 뒤에 부활의 기쁨이 있죠. 하지만 우리는 신앙이, 인생이 어렵다는 것에서 머물고 말아요.”

그래서 이들 부부가 이번 멘토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전하고 싶었던 것도 그 실천의 중요성이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르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었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언급하면서, 보통 우리는 알고 감동하고 결심하는 것에서 멈추기 쉽지만, 사랑의 완성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며, 실천하면서 얻은 기쁨은 성령강림 뒤의 제자들처럼 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항상 큰 강의자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은 “5명만 모이면 간다”는 원칙이다. 그렇게 만난 젊은이들의 호소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젊은이들이 내가 누구인가,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고민할 틈이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답을 하지 못해요. 그래도 솔직하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고백하면 기뻐요. 남들이 결혼하니까, 취업하니까, 남들이 가진 것이니까.... 여기에 휩쓸리는 것이 정말 슬프죠. 물론, 세상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교회가 그런 부분을 일깨워야 합니다.”

그는 교회가 단 한 명의 청년이라도 그런 물음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일깨워야 한다면서, 청년사목의 몫은 교회에 모인 청년들에게 악기를 사 주고 물적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기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닫고, 그 하나가 다른 이들을 위한 멘토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앙인들이 교회안에서 자신을 위한 약을 찾지만,
교회는 이들이 다른 이들을 위한 약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손엘디, 배금자 부부는 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먼저 이들은 제주교구의 혼인-멘토 프로그램처럼 특별한 멘토링 뿐만 아니라, 세례 성사 때, 신앙의 멘토로 대부, 대모를 정하듯이 혼인 성사 때도 교회법적으로 멘토를 정하는 것을 의무로 두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교회에서 내 아픔, 내 고통의 해결에만 집중하는 이들에게 교회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손엘디 씨는 “교회가 신자들에게 주는 진짜 보물은 쉽게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고통을 통해 남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른 이들의 고통을 돌보는 가운데, 그 안에서 스스로 고통을 치유할 약을 찾도록 가르치고 사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부가 이런 당부를 하는 이유에는 자신들의 체험이 있다. 이들은 지난 활동의 결실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다른 이들을 돌보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면서, “이런 이들의 양성이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벤트나 행사, 양적 선교에 치중하는 것보다, 내가 그리스도처럼 살았을 때, 얼마나 기쁜가를 구체적으로 체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 교회의 일이고, 선교”라고 잘라 말했다.

“교회의 가르침, 사목방침을 살아 본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교회에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들의 어려움, 기쁨, 결실을 보고 궤도 수정을 해야 하죠. 교계 제도 안에서 위와 아래가 따로 굴러가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특히 가정사목은 청소년, 노인, 가정, 사회복지, 환경 등 여러 사목분야의 통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특성상 가정사목은 평신도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손엘디, 배금자 부부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주교구 혼인 멘토링에 참여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손엘디 씨는 교회가 이 시대 하느님의 뜻을 읽고 교계 제도를 통해 내린 지침을 충실하게 실현할 의무 외에,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교회에 알려야 하고, 교회는 그것을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엘디, 배금자 부부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그들을 부르는 이들에게 달려갈 예정이다. “우리는 천국을 살고 있다”고 외치면서. 누군가는 그들의 삶을 흉내 낼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함께 행복해지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들의 바람은 단 한 가정, 단 한 사람이라도 고통을 딛고 일어설 힘을 찾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또 다른 누군가를 행복으로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쓰러지고 버림받은 예수를 함께 모시며, 결국은 행복에 가 닿는 손엘디, 배금자 부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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