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학과 영성 교회상식
성체분배자가 마음에 안드는데 어쩌죠?[교회상식 속풀이-박종인]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소년 레지오마리애가 있었고, 저도 이 단체 출신인데 지금은 모교에 쁘레시디움(레지오마리애의 최소 단위 모임)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쁘레시디움 동문 모임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모임 선배 중 한 성깔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은 성체분배는 꼭 사제가 하든지 여의치 않으면 수녀님이나 수사님이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시더군요. 요지는 당신 본당에서 성체분배하는 봉사자 중에 엄청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어서 종종 영성체도 하기 싫다고 것이었습니다. 흠.... 이를 어쩌나....?

자.... 오늘 주제로 오른 성체분배자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됩니다. 정규 성체분배자와 비정규 성체분배자(Extraordinary Ministers of Holy Communion)로 말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르는 냉혹한 노동현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쓰리지만, 성체분배자의 이런 구분은 다른 차원이니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상식선에서 어림하실 수 있겠습니다. 정규 성체분배자는 주교, 사제, 부제입니다. 성직자 범주에 드는 이들입니다. 따라서 제 선배가 싫다고 하는 성체분배자는 정확히 말해서 비정규 성체분배자를 가리키는 것이 되겠습니다. 비정규 성체분배자는 "시종자(시종직(acolytat)을 받은 사람)와 성체분배권을 위임받은 평신도”입니다(교회법 제910조 2항, 제230조 3항).

   
▲ 성체분배하는 모습 ⓒ정현진 기자

원칙적으로 성체를 분배해줘야 할 사람은 성직자들입니다. 비정규 성체분배자들은 보조 역할을 수행할 뿐입니다. 그리고 후자의 성체분배권은 한시적인 것입니다. 즉, 전례 때마다 꼭 성체분배를 해야 한다는 법이 없습니다. 사제나 부제가 있다면, 성체분배를 해야할 의무가 있는 이들은 그들입니다. 비정규 성체분배자들의 봉사를 요청하게 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미사 중에 신자 수가 많을 때 입니다.

성체분배권을 주는 것은 결국 사목적 필요성에 의한 것입니다. 교구장은 그런 필요가 절실한 경우 교육과 축복예식을 통해 사안별이나 기간별로 평신도에게 성체분배권을 수여할 수 있습니다. 교구장은 또한 성체 분배권 수여 권한을 보좌주교, 교구장 대리, 총대리에게 위임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성체분배권을 받을 수 있는 평신도의 순위가 있습니다. 첫째가 시종직(Acolytat), 독서직(Lectorat)을 받은 자, 둘째가 수도자, 세째가 40살 이상의 남녀 평신도입니다.

미사 이외에도 비정규 성체분배자가 필요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해당 지역 교구장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공소나 병원 등 사제가 상주하지 않으면서도 성체를 분배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교구 직권자의 명시적 허가가 별도로 요구됩니다. 미사가 아니라 말씀의 전례를 집전하는 성체분배자는 말씀 전례 중에 성체를 분배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230조 3항). 성체분배자가 성체를 현시하거나 다시 감실에 모시려면 교구 직권자로부터 별도의 권한을 받아야 합니다(교회법 제943조).

소속 교구의 해당 주교로부터 위에서 요구하는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성체분배자가 소속 교구를 벗어났을 때에는 그곳의 주교로부터 다시 권한을 받아야 합니다.

비정규 성체분배자가 품위에 어긋날 경우, 사목자는 성체 분배를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성체분배자에 관한 규정', 주교회의 1998년 춘계 정기총회 제정). 아마도 제 선배님은 본당의 성체분배자가 품위없는 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하셨던 모양입니다. 그 사람이 본당 주임에게만 잘 보이는 위선자라고 불만이 대단하셨습니다. 그럼, 본당 주임께 알리시든가.... 제겐 백 번을 이야기하셔도 도움이 안 됩니다라는 말이 여러 번 마음에서 올라왔지만, 그날은 그냥 들어드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체분배자는 사목자를 돕는 봉사자이지 교회 내의 기득권자라고 보신다면, 큰 오해입니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그의 손에 의해 주님의 거룩한 몸이 품위를 잃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가 정신을 모아야 할 곳은 주님의 몸이지 그것을 전달하러 나온 분배자의 개인 신상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너그러움을 배우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꿈을 꾸시기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