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대자보 붙어, "박홍 전 총장 사과하라!"

‘유서대필 사건’과 관련해 서강대 교수, 학생, 졸업생들이 강기훈씨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며, 박홍 전 총장에게도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5월 14일 대법원 재심에서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옥살이까지 했던 강기훈 씨(51)의 무죄가 24년 만에 확정됐다.

21일 이와 관련해 각각 서강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학생운동을 했던 졸업생이 모여 있는 민주동우회, 교수협의회 회장 정유성 교수의 이름으로 총 4장의 대자보가 학내 게시판에 붙었다.

이들은 이번 판결로 박홍 전 총장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드러났다며, 박홍 전 총장과 서강대에 사과를 요구했다.

▲ 서강대 학내 게시판에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 대해 교수, 학생, 졸업생들이 반성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대자보를 붙였다. ⓒ강한 기자

총학생회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함으로써 더 나은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24년 전 일에 서강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문제를 인식하고 그 뜻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서에서 강기훈 씨에게 관련자 어느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사죄하는 사람이 없다며, “굳이 박홍 신부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서강 구성원들 모두 특히, 교수단에서라도 그 죄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1991년 4월 명지대 신입생인 강경대 씨가 시위 중에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뒤 대학생들의 분신이 잇달았다. 같은 해 5월 8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사회국 부장 김기설 씨가 서강대에서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을 했다. 경찰은 김기설 씨의 유서와 필체가 같다며 전민련 동료인 강기훈 씨를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했고, 1992년 대법원은 징역 3년 확정판결을 내렸다.

당시 박홍 신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설 씨의 분신자살에 대해 “젊은이들의 죽음을 선동하고 이용하며 또 직접 실천하는 반생명적인 사람들의 정체를 알고”, “이 죽음을 선동하는 세력을 반드시 폭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동우회는 성명서에서 박홍 신부의 이 기자회견이 91년 5월 항쟁의 반환점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그 뒤 언론은 박홍 총장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며 여론몰이에 몰두했고, 검찰이 유서 대필자로 강기훈 씨를 지목했으며, 항쟁의 물결이 서서히 사그러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박홍 전 총장이 당시 “운동권이 조직적으로 분신을 사주하고 있다”고 했고, 윤여덕 총무처장은 “이번 변사사건은 우연한 자살행위가 아니라 사전에 일사불란한 계획을 수립해 여러 사람이 합동해 저지른 엄청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교수협의회 회장 정유성 교수(교육문화학과)는 “강기훈 님께 드리는 서강 공동체의 사죄 및 결의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강기훈 씨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했다.

민주동우회 오세제 회장(81학번)에 따르면 이들은 간암 투병 중인 강기훈 씨에게 정성을 모아 전달했다. 오 회장은 25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학교 교목처와 신부들도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지지하고 함께했다"고 밝혔다.

▲ '유서대필 조작 사건'과 관련해 박홍 전 총장에게 사과하라는 민주동우회의 대자보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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