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 사건 토론회 열어

인도네시아 교회는 50년 전에 있었던 반공 학살의 진상을 밝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인도네시아 교회의 한 지도적인 학자가 지적하고 나섰다.

자카르타에 있는 드리야르카라 철학원의 프란츠 마그니스-수세노 신부(예수회)는 1965년 9월 30일에 일어난 수하르토 장군의 반공 쿠데타와 잇따른 공산주의자 숙청 과정에서, 가톨릭 신자가 학살자에도 있고 피해자 중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공산당을 불법화하고 당원과 동조자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5달에 걸쳐 약 5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는 화교가 상당히 많이 포함됐는데, 인도네시아 교회도 화교 비중이 높은 편이다.

▲ 인도네시아 반공학살에 참여했던 인물을 다룬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의 한 장면.(사진 제공 = (주)엣나인필름)

마그니스-수세노 신부는 9월 19일에 레달레로 철학원에서 진행된 한 대중강좌에서 이 학살사건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이 행사의 참석자를 학교 임직원에 국한하도록 요구했고, 이 요구를 학교당국은 거부했다.

마우메레 교구의 게룰푸스 케루빔 페레이라 주교의 비서인 에피바누스 마르쿠스 리모 신부에 따르면, 정부관리들은 “일부 학살자와 희생자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하지만 마그니스-수세노 신부는 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정보들을 공개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계속 감추지 말라. 우리가 인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토론하면 좋을지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 50년이라는 세월은 우리가 이 학살사건을 다룰 용기를 갖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행사를 준비했던 오토 구스티 마둥 신부(말씀의 선교회)는 한 군 장교가 자기에게 강사와 참석자 명단을 미리 제출해 달라고 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행사의 목적은 인도네시아가 자신의 역사에 담긴 진실을 드러내도록 돕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우리가 역사를 끝까지 조작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레달레로 철학원은 동누사틍가라 주의 마우메레에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전체적으로는 이슬람신자가 절대 다수이지만 동누사틍가라 지역만 가톨릭이 다수 종교다.

마둥 신부는 이 행사는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이 절대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되새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공산당이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고 수하르토는 이를 막으려 쿠데타를 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이 쿠데타로 당시 미국과 소련의 동서 냉전 중에 제3세계 비동맹운동의 지도자이던 수카르노 대통령이 정권을 잃었으며, 그의 딸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수하르토가 1998년에 하야한 뒤 대통령(2001-04)이 되어 민주화를 이끌었다.

수하르토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도자에) 지도받는 민주주의”가 더 맞다며 “지도 민주주의”를 내세워 군부독재를 합리화했다. 한국에서 박정희가 1972년에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걸고 수립한 유신체제가 국회의원의 1/3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해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한 것도 수하르토 정권을 모방한 것이다.

마그니스-수세노 신부는 이 사건은 인도네시아의 수치일 뿐 아니라 가톨릭교회에도 수치라고 말하고, “당시 죄없는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우리가 인정한다는 것이 우리가 공산주의를 부흥시킨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가톨릭뉴스>는 마우메레 지구의 요세프 안사르 레라 지구장의 의견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 1925년에 열린 인도네시아 공산당의 한 모임.(사진 출처 =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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