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순교자성월을 맞아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순교자와 프랑스 출신의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시성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9월 17일 낮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순교자 현양 미사 강론에서 고통과 유혹이 많은 세속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이 순교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염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가 시복시성을 추진하고 있는 여러 '순교자'들과 최양업 신부처럼 비록 박해로 목숨을 잃은 순교자는 아니지만 모범적 신앙생활을 한 선조들, 선교사들을 생각하며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 9월 1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순교자 현양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강한 기자

한국 천주교는 2014년 광화문에서 시복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성을 위한 기도를 곧바로 시작하는 한편, 또 다른 조선시대 순교자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대부분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 당시 처형되거나 실종된 신자들의 시복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오는 10월 20일이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선종 180주년이라고 소개하며, "이분은 최양업 신부님처럼 증거자"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의 선교사인 브뤼기에르 주교는 1831년 설정된 조선교구 초대 교구장에 임명됐으나 1835년 10월 조선으로 오던 중 과로와 병으로 만주의 교우촌에서 죽었다. 그의 유해는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이던 1931년에 용산 성직자 묘지로 이장됐다.

한편, 염수정 추기경은 오늘날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자살과 낙태, 이혼, 청년 실업 등 사회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개탄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은 박해 시대보다 더 심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끝으로 염 추기경은 "세속과 악의 유혹을 거슬러 믿음을 지키는 것은 고통스런 일인지 모르며 영원한 생명, 구원에 이르는 길은 어렵고 험난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신자들을 격려했다.

원래 이날 순교자 현양 미사에 앞서 열리는 특강에서는 염 추기경이 강연할 예정이었지만, 예정과 달리 조한건 신부(중계동 본당 보좌)가 강사로 나섰다. 조선시대 교회사를 전공한 조 신부는 '병인박해기 조선 천주교회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하면서, 1866년 시작된 병인박해의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평일 낮 시간에 진행된 이날 순교자 현양 특강과 미사에 참석하고자 신자들이 1시간여 전부터 명동대성당을 가득 메웠다. 참석자 대다수는 중년 이상의 여성 신자들이었다. 특강은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 없이 진행됐으며, 곧바로 순교자 현양 미사가 봉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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